핵심 유인책 없이 자율성만 부각...상장사 반응 ‘미지근’
중견·중소업체 공시 부담감 증대…중장기적 지원 필요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공개됐지만 상장사들의 자율적 참여에만 의존하면서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발표 내용을 재확인한 수준에 그친 데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주목받았던 세제 혜택은 제외되면서 참여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정부가 밸류업 지원방안을 위한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발표했지만 세제 지원 등 주요 혜택이 빠지고 인센티브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장사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지난 2일 공개된 밸류업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경영 현황을 진단한 뒤 목표와 세부 계획, 달성 여부 등을 작성해 공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적 강제성이 없어 공시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핵심지표 선정 등 작성 방법도 기업의 자율의사에 맡겼다.
장부는 자율성에 방점을 찍은 만큼 불성실공시 관련 한국거래소의 제재 유예와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이 가장 기대했던 세제 지원 방안은 정작 추후 검토 후 따로 발표하기로 했다. 현재 세제 지원은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논의 중으로 검토가 끝나는 대로 발표할 것이란 게 당국의 입장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담겨진 세제 지원 부분은 지난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했던 주주환원 확대 시 법인세 부담 완화와 배당 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추진에 대한 의지만 재차 확인한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이달 말 개원하는 22대 국회가 여소야대 형국이어서 관련 법안 개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에 세제 지원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이 추가로 공개될 것으로 기대했던 상장사들은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기업의 자율성을 담보로 한 밸류업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파격적인 유인책이 필요하지만 현재 공개된 내용의 인센티브만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상장사들의 입장에서는 자발적인 노력만을 요구받는 상황이어서 대부분 반응이 미미하다는 전언이다. 세제 지원 등 더 강력한 혜택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자율성 보장은 긍정적이지만 가이드라인에 상장사들이 관심이 갈 만한 인센티브가 나오지 않았다”며 “내용이 방대하고 명확하지 않아 이해하기조차 버거워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관련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나마 여력이 되고 주주들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여론도 살피는 대기업들을 제외하면 중견·중소기업들의 참여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영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기업들은 정보와 예산, 전문 인력 부족으로 공시 도입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 있어서다.
중견·중소기업들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통한 코리아 프리미엄을 꾀하려면 보다 적극적이고 중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있고 인력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는 회사라면 밸류업에 적극적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참여 의지가 생기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장은 기업들의 공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중장기적 목표를 갖고 꾸준히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데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