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가 병력투입하고 이번 작전강화"
국제사회 반대에도 '라파 지상전' 예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동부에서 중심부 쪽으로 가는 길의 건물을 무너뜨리며 진입로를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주요 7개국(G7)과 한국 등 13개국이 이스라엘에 경고 서한을 보냈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상업위성 업체 플래닛랩스는 전날 촬영한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군이 9일 이후 라파 동부 지역에서 건물들이 잇따라 철거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관문인 국경검문소에서 1.6㎞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블록이 완전히 평탄화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가 장악한 도심지에 지상군을 진입시키기 위해 전쟁용으로 개조한 장갑 불도저 등으로 건물을 무너뜨려 진입로를 만드는 과정을 진행해왔다. 지뢰나 부비트랩을 제거하는 동시에 하마스 대원이 매복할 공간을 없애 시가전으로 발생할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전술로 해석된다. CNN은 지금 진행 중인 건물 철거도 지상군 투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라파 지상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라파 일대에 "추가 병력이 진입할 것"이라며 "작전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갈란트 장관 발언은) 이스라엘이 라파에 더 깊숙이 진격할 계획임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가자지구 내 공중정찰을 담당하는 이스라엘군을 만나 "라파는 하마스의 도주와 보급에 있어 숨통 역할도 하고 있다"며 "가자지구 전쟁을 촉발한 지난해 10월 7일의 기습공격 반복을 막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를 장악한 데 이어 라파 주거지역까지 진입하는 등 이 지역을 하마스의 '최후 보루'로 보고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대규모 공격에 나설 경우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직접 경고를 했지만 먹혀들지 않고 있다.
전쟁 전만 하더라도 28만 명이 사는 소도시였던 라파는 이스라엘군이 안전지대로 선언하면서 한때 100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몰려들었다. 또 이집트를 통해 국제사회의 구호 물자가 들어오는 관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잔존 세력이 라파로 숨어들었다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 지역에 대한 전면전을 감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6일 라파 거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라파 국경의 일부를 무력으로 장악해가는 중이다. 11일에도 라파 동부 지역에 추가로 대피령을 내려 전면전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다. CNN은 6일 이후 라파 지역에서 최소 60만 명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이 임박하면서 미국을 제외한 G7(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일본·캐나다)과 한국 등 13개국이라파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 작전을 반대하는 서한을 카츠이스라엘 외무장관에게 보냈다. 독일 매체쥐트도이체차이퉁(SZ)에 따르면이들 국가는 지난 15일 4쪽 분량의 서한에서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하지 말 것과 가자지구에 더 많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국경 검문소 개방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