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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북한·제주도·텍사스·하와이라는 중국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4.05.19 07:00 수정 2024.05.24 11:5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하지만

대만 관련 '현상 유지'가 韓 입장

쓸데 없는 비유는 반감만 살 것

대만 국기를 매달고 비행하는 헬기(자료사진) ⓒAP/뉴시스

"중국과 한국이 협력해 (저마다의) 평화통일을 이룩할 순 없을까?"


중국의 한 전문가는 지난 14일 개최된 '아산 플래넘 2024'에서 양안관계를 남북관계에 빗댔다. 중국과 대만 간 관계는 '단일국가의 분단'인 만큼 한반도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취지였다.


상황 인식이 허술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다. 한국은 핵 위협을 포함한 북한의 강압에 노출돼 있다. 중국은 어떤가. 핵을 가진 것도 중국이고, 강압을 가하는 쪽도 중국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대만은 한국의 처지고 중국은 북한에 가깝다.


몇 해 전, 또 다른 중국 측 전문가는 대만을 미국 텍사스주(州)에 비유한 바 있기도 하다. 텍사스 내 일부 '분리주의(독립 성향)' 세력을 감안해 "텍사스가 독립한다고 하면 미국이 용인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당시 한국 및 미국 전문가들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관련 인식은 중국 학계뿐만이 아니라 중국 정부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제주도도 (한국에서) 독립하겠다고 하면 인정해 주고, 하와이도 (미국에서) 독립하겠다고 하면 인정해 주는 것이냐"고 했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며 '역지사지'를 강조한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제주도, 텍사스, 하와이를 들먹인다. '맥락이 다르다'고 해도 수용할 생각이 없다. 되레 대만을 북한에 비유하는 전문가까지 등장했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건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 즉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이다. 경제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중국도 치명적 피해를 입을 테니 오판하지 말라는 취지다. 하지만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핏대 올려 반발한다. '핵심이익'에 대해선 물러설 수 없다며 대만을 겨냥한 '근육 자랑'도 주저치 않는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지만 대만과 관련해선 현상이 유지돼야 한다는 게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체적 견해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거나 부추긴다는 해석은 과잉이다. 중국은 '대만 문제의 적절하고 신중한 처리'를 요구하기 전에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쓸데없는 비유는 해봤자 반감만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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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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