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이탈방지보조 장치 작동했다면 중앙선 넘을 리 없어
평상시 on 상태인 안전장치, 일부러 껐을까?
1년여 전 1t 트럭 운전하며 예능 찍은 김호중이 운전미숙?
유명 트로트 가수 김호중(32)의 자동차 충돌 사고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단순한 충돌 사고였으면 시끄러울 일도 없었겠지만. 사고 후 미조치, 즉 ‘뺑소니’로 인해 일이 커졌고,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했음을 의심케 하는 사고 전후의 정황이 공개되며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갈 상황이 아니게 돼 버렸다.
두 가지 혐의 중 ‘뺑소니’ 부분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명확히 입증됐다. 처음엔 매니저를 대신 보내 자수시키는 등 은폐 시도도 있었지만 경찰의 추궁에 결국 본인과 소속사 측에서도 인정한 부분이기도 하다.
쟁점은 운전 전 음주 여부다. 사고 전 저녁자리에서 소주를 주문했고, 이후 대리운전으로 이른바 ‘텐프로’로 불리는 유흥업소에 들러 장시간 머물며 술잔을 입에 댔고, 다시 대리운전으로 귀가했다 직접 차를 몰고 나온 행적이 밝혀졌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사고 이후 김호중은 수습은커녕 잠시 멈추지도 않은 채 현장에서 빠르게 도망쳤고, 소속사는 사고 수습 과정에서 매니저를 대신 보내 허위로 자수시키는 한편, 김호중의 차 블랙박스의 메모리카드를 빼돌린 데다, 김호중을 자택이 아닌 사고 현장에서 한참 떨어진 구리시 호텔로 보내 17시간동안 잠적하게 하는 등 수상쩍은 부분이 많지만 어쨌든 음주운전은 아니라고 한다.
김호중, '운전미숙으로 사고' 주장…송가인 태우고 1t 트럭도 몰았는데
음주운전이 아니라면 대체 왜 사고를 낸 걸까. 소속사는 김호중이 ‘운전미숙’으로 사고를 냈고, 사고 직후 공황장애로 현장을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과연 김호중의 운전 실력이 어느 정도기에 멀쩡한 직선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정체로 멈춰 있던 맞은편 차량과 부딪친 것일까.
김호중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 ‘복덩이들고’에 출연했었다. 직접 차를 운전해 팬들을 찾아다니는 ‘역조공 프로젝트’를 콘셉트로 한 프로그램으로, 당시 김호중이 1t 트럭을 몰고 함께 출연한 송가인과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운전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나온다.
현대자동차 포터, 기아 봉고 등이 대표적인 1t 트럭은 1종 보통 면허만 있으면 운전이 허용되지만, 전장이 5m를 넘어 평소 승용차를 몰고 다니던 사람이라면, 특히 운전이 미숙한 사람이라면 섣불리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이, 1t 트럭을 몰고 다닐 정도로 운전 경험이 있는 사람이 운전미숙일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운전의 숙달 여부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기에 본인이 운전미숙이라고 주장한다면 일단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운전미숙’인 사람들은 중앙선을 넘어 사고를 낼 위험이 큰 것일까. 운전 숙달 여부를 떠나 맨 정신인 사람이 중앙선을 넘어 사고를 내는 경우는 애초에 흔치 않다. 더구나 요즘은 대부분의 차량에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달려 있어 더더욱 그렇다.
차로이탈방지보조 의도적으로 끄지 않으면 평상시 활성화
맨정신으로는 중앙선 넘어 충돌사고 내기 힘들어
앞차와 거리 조절을 하며 일정 속도로 주행하는 어댑티브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충돌 위험시 자동으로 차량을 멈추는 전방 충돌 방지 보조 , 차선을 이탈할 경우 핸들을 제어해주는 차로이탈방지보조, 차로 중앙으로 주행하게 해주는 차로중앙유지보조 등이 ADAS에 포함된다.
완전 자율주행이 상용화되지 않는 한 이들 장치는 말 그대로 ‘보조’ 기능에 그치고 100% 믿을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조건 하에서는 상당히 신뢰성이 높다. 심하게 굽은 곡선 도로거나 심한 폭우로 차선 식별이 힘든 경우가 아니라면 차로를 벗어나지 않고 달리며 앞차와 충돌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기능은 한다.
김호중의 사고 장면을 담은 CCTV를 보면 도로 형태는 굳이 핸들 조작이 필요치 않은 직선에 가깝고, 중앙선 넘어 맞은편에서 오던 차들은 정체로 멈춰있다. 반면 김호중의 차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비나 안개 등 시야를 방해하는 요인도 없다.
ADAS 기능이 작동했다면 사고가 날 확률은 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DAS 기능 중 차로중앙유지보조 기능은 평상시에 꺼져 있다가 운전자가 작동을 시켜야 기능하지만, 차선이탈방지보조는 시동을 켬과 동시에 활성화돼 일정 속도 이상이면 작동하는 게 보통이다.
두 기능이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큰 차이가 있다. 차로중앙유지보조는 차가 두 차선 사이의 중앙에 맞춰 달리도록 전자제어장치가 적극적으로 조향에 개입한다. 운전이 미숙한 이들에게는 고마운 기능이지만 운전이 익숙한 이들은 ‘기계의 간섭’이 싫다며 잘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기에 선택적으로 작동하도록 해 놨다. 본인이 ‘운전미숙’임을 인지하고 있다면 이 기능을 켜는 게 정상이다.
반면, 차로이탈방지보조는 일반 상황에서는 조향에 개입하지 않다가 차가 차선을 넘어설 위험이 있을 경우 개입해 차선 안쪽으로 튕겨내 준다. 멀쩡히 자기 차선을 지킨다면 그런 기능이 켜져 있는지도 모를 정도지만, 굳이 off 스위치를 누르지 않는 이상 평상시에 on 상태로 돼 있다.
3억짜리 최고급차 벤틀리 벤테이가, 안전 기능도 최첨단
사고 당시 김호중이 몰던 차는 최고급 브랜드 벤틀리의 대형 SUV ‘벤테이가’다. 가장 저렴한 기본 모델이 2억6350만원이고, 최상위 트림은 3억5680만원에 달한다. 전장을 늘리고 뒷좌석의 편의성을 높인 벤테이가 EWB 모델 가격은 트림별로 3억4030만~3억9390만원이다.
고급차일수록 ADAS 기능도 뛰어나다. 전방 카메라, 라이다 등 센서류를 최상위 사양으로 달아 더 정확하게 차량을 제어해준다. 3~4억원짜리 벤틀리 벤테이가는 말할 것도 없다.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차로중앙유지보조를 작동시켜 더 확실히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고, 그걸 켜지 않더라도 차로이탈방지보조가 자동으로 작동해 위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적어도 직선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 차를 들이받도록 놔둘 만큼 벤틀리 벤테이가의 안전장치가 허술하진 않다.
김호중 측의 주장대로 이번 사고가 ‘운전미숙’에 의한 것이라면, 운전이 미숙한 김호중이 차로중양유지보조를 켜지 않고 평상시에 켜져 있던 차로이탈방지보조 기능까지 끈 상태로 운전을 했거나, 보조 기능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핸들을 반대로 꺾어(ADAS 기능은 운전자의 조작을 거스르면서까지 조향이나 제동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중앙선을 넘었다는 얘기가 된다.
차로이탈방지보조는 일정 속도 이상의 조건에서 작동하지만 차로중앙유지보조는 기능을 켠 상태라면 속도가 느려도 작동한다.
만일 김호중이 운전하기 전 음주 상태였다고 가정하면, 술김에 텐션이 올라가 핸들을 과격하게 조작했거나, 감각이 무뎌져 조향 보조 기능의 저항을 감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 음주운전 여부가 법적으로 판명되지 않은 상황이라 경찰의 수사, 그리고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건 안 되건 ‘운전미숙’ 때문에 사고를 냈다는 김호중 측의 주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김호중은 지난 18일 오후 경남 창원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창원 첫날 공연에서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말대로 ‘모든 진실이 밝혀져야’ 벤틀리 벤타이가의 ADAS 기능이 왜 무력화됐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