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등에 업은 유튜브뮤직이 국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토종 음원 플랫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유튜브뮤직의 점유율을 의식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나서면서 사업 다각화와 서비스 차별화 등으로 대응했지만, 플랫폼의 주력 사업인 스트리밍 수익이 감소하면서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플로와 벅스는 올 1분기 매출이 10%가량 줄고 적자를 기록했다. 벅스는 올 1분기 129억원의 매출과 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포함한 B2C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77억원에서 올해 1분기 58억원으로 줄었고, 2억원이던 영업손실은 10억원으로 확대됐다. 플로를 운영하는 드림어스컴퍼니 역시 지난해 1분기 별도기준 매출 634억원, 영업이익 1400만원을 냈지만 올해 1분기는 매출 511억원, 영업손실 3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지니뮤직은 전자책 자회사인 밀리의서재 덕에 1분기 연결기준 738억 원의 매출과 3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매출이 늘었지만, 음악 사업만 떼어놓고 보면 지니뮤직의 음악사업은 지난해 1분기 5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는 462억원으로 매출이 줄었다. 16억원이었던 음악사업의 영업이익은 1년 만에 9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 같은 토종 음원 플랫폼의 실적 감소는 유튜브뮤직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인한 결과물로 인식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유튜브뮤직 월간 활성 이용자(MAU·한 달에 한 번 이상 앱 사용)는 720만명으로 3년 전(340만명)의 배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멜론은 150만명, 지니뮤직은 180만명, 플로는 80만명, 바이브 30만명, 벅스는 20만명가량 줄었다. 유튜브뮤직이 국내 토종 플랫폼의 월간 활성 이용자를 고스란히 흡수한 모양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튜브뮤직이 월간 활성 이용자 수와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에서 국내 음원 플랫폼 1위 멜론을 앞질렀다. 유튜브뮤직의 급성장이 구글의 광고 제거 기능을 제공한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뮤직의 끼워팔기 행태로 인한 결과물이라는 건, 업계에서 모두가 공감하는 이유다. 이미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구글의 유튜브 요금제 차별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문제다.
그간 토종 업체들이 사업 다각화로 위기 탈출을 도모했지만 이 같은 위기가 지속되면서 정부의 정책적 개입 등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 역시 별다른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국내 음원 플랫폼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부담이 점점 커지고 결국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더 부담이 커지기 전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비스 독점은 한 기업의 피해를 넘어 결국 이용자들과 창작자들에게까지 피해로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긴 하다. 유튜브뮤직만 남게 된다면 독점 시장 속에서 독점 지위를 가진 구글이 구독료를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이용자인 국내 대중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같은 맥락으로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제공해야하는 창작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경쟁자가 없는 시장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이치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됐다곤 하지만 언제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시장은 유튜브 천하로 접어들었다. 토종 음원 플랫폼들, 그 중에서도 영향력이 낮은 일부 플랫폼의 경우는 사실상 영향력이 매우 낮아 이미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정도”라며 “단순히 ‘국내 플랫폼을 살려달라’는 게 아니다. 시장이 더 망가지기 전에 음원 플랫폼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빠른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