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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역사’의 문우당서림, 안주하지 않고 쌓아가는 가치 [공간을 기억하다]


입력 2024.05.31 17:13 수정 2024.06.01 09:37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책방지기의 이야기⑤] 강원도 속초 문우당서림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40년 전 5평 가게에서 시작…관광객도 찾는 서점으로 성장한 문우당서림


문우당서림은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강원도 속초의 대표적인 서점이다. 1984년, ‘지역에도 서점은 꼭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이민호 대표가 5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조금씩 규모를 키우며 2~3번의 이전을 거친 끝에, 약 250평에 이르는 지금의 문우당서림이 완성됐다.


지역에서 오래 운영이 된 서점인 만큼, 지역 주민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문우당서림에서 대화의 장을 열기도 하고, 때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생활 공간이 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카페를 비롯해 새로운 공간이 많아지면서 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는 않지만,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여러 독자들을 아우르며 ‘오프라인 서점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 “계단 옆 진열된 책들, 서점이 줄 수 있는 경험”…문우당서림에 담긴 고민


이날 인터뷰에 나선 이해인 디렉터는 이 대표의 딸로, 현재 서점 관련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2018년 문우당서림 이전 당시 공간 기획에도 참여했던 이 디렉터는 책과 사람을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을 완성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규모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지만, 여전히 어려움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서점과는 맞지 않는 조명부터 지금의 서점들이 추구하는 서가의 모습 등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들이 많았지만, 현실이 허락하는 범주 안에서 문우당서림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대표적인 예가 문우당서림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조명이다. 조명에는 책의 한 구절이 적힌 갓이 씌어져 있는데, 이는 이 디렉터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낸 아이디어였다.


이어 서가에 꽂힌 책들을 살핀 뒤 2층으로 올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계단 옆에 진열된 책들을 만나게 된다. 이 역시도 이 디렉터가 ‘우연히 책을 만나는’ 오프라인 서점만의 재미를 자연스럽게 주기 위해 고민 끝에 완성한 배치였다. 이 디렉터는 이에 대해 “현실에 맞춰서 공간을 구현할 수밖에 없는데, 완벽하진 않아도 문우당서림만의 색깔을 좀 넣고 싶었다. 많이들 관심을 가져주신 부분이 계단인데, 계단을 올라오다 보면 힘들지 않나. 천천히 올라오시면서 책을 만나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판매를 위한 것보다는 ‘이런 책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계단을 오르는 어려움까지 고민한 문우당서림은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서점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지역의 학생들이 언제든 와서 구매할 수 있는 교재도 갖추고 있지만, 어린이 도서부터 독립출판물까지. 문우당서림만의 ‘기준’을 담기보단 ‘독자들이 어떤 책을 원할까’를 고민하며 여러 책들을 아우르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때로는 어린이들이 내는 소리에 불편함을 표하는 손님도 없지 않지만, 책을 직접 보고 또 고르며 ‘독서’에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도 서점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이 디렉터는 “‘우연성’이 오프라인 서점의 매력이라고 여긴다. 또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어린이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학습을 위한 책을 사기도 하지만 와서 책을 보고 직접 고르고, 일부러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책을 따로 담아 주려고 한다. 자기가 산 책이 자기의 소유라는 걸 느끼며 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여겼다. 아이들에겐 책을 위한 첫 단추가 되는 역할을 서점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작은 부분도 고민하는 섬세함과 어린이 독자들을 향한 배려를 담아낸 문우당서림은 앞으로도 고민을 거듭하며 변화해 나갈 생각이다. 40년이라는, 서점으로선 쉽지 않은 역사를 가지게 된 문우당서림의 저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었다.


이 디렉터는 “또 한 번 변화를 줘야 할 시기라고 여겼다.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시대다. 모두의 취향이 확고하고, 또 까다로워지기도 했다. 그들의 취향을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변화를 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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