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당원만 국민이냐"…이재명, 의장 경선 '당심 반영' 추진에 당내서도 '절레절레'


입력 2024.06.05 05:45 수정 2024.06.05 05:45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의장 후보 선출시 당원표심' 당헌·당규 개정

당 안팎 "국회의장은 국민 전체 대리" 우려

李, 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서 의견 수렴

"뜻대로 국회 굴리겠단 의도…국민반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 중인 '권리당원 권한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의장 및 원내대표 경선시 당원 투표 결과 20%를 반영하겠다는 개정안에 당내에선 입법부 수장까지 강성 당원의 입김이 작용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 일각에선 "당원이 의장 선출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은 '당원만 국민으로 보겠다'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야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같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놓고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의장까지 친명(친이재명) 일색'으로 꾸리겠다는 시도로 비춰지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그는 전날 5선과 4선 중진 의원들을 만나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데 이어 이번 주 중으로 3선~초선 의원들을 두루 만날 계획이다.


최근 급물살을 탄 당헌·당규 개정 작업은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장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촉발된 당원들의 거센 분노가 출발점이다. 강성인 추 의원이 의장이 돼서 시정연설 차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을 면전에서 꾸짖는 장면을 바랐다는 게 당 일각의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치러진 의장 경선에서 합리적 성향으로 꼽히는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이 추 의원을 누르고 승리하자 당원들의 분노가 일며 '탈당 사태'로 번졌다. 이에 심각성을 느낀 이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속전속결로 진척시키려 했으나, 당내에서 '중도층 이탈' 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잇따르면서 숨 고르기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회의장은 원내 제1당이 선출하지만, 의장이 된 이상 국민 전체를 대표해야 하는 것"이라며 "의장 경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 당원 뿐만 아니라 중도층 국민의 지지 모두 받아 당선됐기 때문에 의장을 당원들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논리"라고 말했다.


수도권 중진 의원도 "주주의 이익이 기업의 최우선 가치인 만큼 우리 당도 당원이 주인인 당"이라며 "이에 따라 자신을 당선시켜 준 당원들의 권한 강화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전체 500만 당원, 당비를 납부하는 250만 권리당원이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와 국민을 대표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 다음의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부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당헌·당규 개정안은 '당원만 국민으로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가 전날 4~5선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은 전 국민을 대리하는 삼권(입법·행정·사법)의 한 축인데, 지도부 구상대로 권리당원 투표 결과의 20%를 반영하는 것은 무리한 조치'라는 공감대가 중진 사이에서 형성됐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는 오는 5일 당 소속 의원과 전국지역위원장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선다. 당내에선 이번 연석회의가 사실상 당헌·당규 개정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대표나 원내대표 등 당직자에 대해선 민주당이 '당원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논란의 소지가 적지만, 입법부를 총괄하는 국회의장까지 민주당 당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해 선출하는 것은 결국 이 대표의 의중대로 국회를 굴리겠다는 의도"라며 "국민적 반감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