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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징벌적 손해배상 명시 언론중재법…특정 정치인 위한 방탄용 악법" [법조계에 물어보니 421]


입력 2024.06.08 06:06 수정 2024.06.08 09:14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개정안, "언론보도는 예외로 한다" 내용 빠져…법조계 "권력 감시 기능 위축, 정치적 목적의 악법"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 되는 보도 어떤 것인가'에 대한 검토·논의 먼저 이뤄져야"

"한국 실질적 손해배상 보장해주고 있어…징벌적 손해배상은 북미권에서만 인정"

"악의적 보도로 피해 입은 사람이 스스로 입증한다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언론 보도에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시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권력자 악용 방지 조항'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언론의 권력 감시 보도 기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특정 정치인들을 위한 방탄용 법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 되는 보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검토나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법안이 발의됐다는 특징만 봐도 정치적 목적이 강한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31일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정무직 공무원과 후보자 등의 공익 침해 행위와 관련한 언론 보도 등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의 조항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21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고위 관료와 정치인, 법조인, 대기업 임원 등에 대한 보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반영했던 것과 달라진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선 "공적인 관심사나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언론 보도도 예외로 한다"는 내용도 빠졌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청래 의원은 공개 석상에서 '조·중·동 눈치 좀 보지 말라는 게 당원들의 요구'라고 발언하는 등 지속적으로 언론과 날을 세워 왔다. 이 발언 취지만 살펴봐도 입법 취지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특히 이 개정안을 살펴보면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 되는 보도는 어떤 것이느냐에 대한 검토나 논의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엔 김동아, 정진욱 등 친명계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과 공동발의한 것이 아닌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법안이 발의됐다는 특징이 있다"며 "이는 이 대표에 대해 비판하는 언론들에 대한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 최근 발의하는 법안들을 살펴보면 이처럼 이 대표 방탄용 법안이 많은데, 법안 발의 시점만 놓고 봐도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언론중재법 공동 발의자인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이번 개정안에선 21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공적인 관심사나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언론 보도는 예외로 한다'는 조항은 빠졌다. 이것 자체가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라며 "유언비어 내지 인신 공격성 보도는 유튜버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통제해야 할 부분은 새로운 뉴미디어인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곽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미국 등 북미권에서만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실질적 손해배상을 이미 보장해주고 있다"며 "정치적 목적이 강한 입법은 악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문건일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언론의 권력 감시 보도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개정안 자체만 놓고 보면 실무적으로도 미비한 점이 있어 보인다"며 "손해배상은 원고가 입증 책임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그렇기에 악의적인 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입증을 스스로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문 변호사는 "'언론 피해 구제 위원회 등의 상설 위원회를 개설하는 대안이 도움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수단에 불과하다. 되려, '반론 보도' 등의 기능을 확대해 국민들이 크게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장려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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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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