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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영화, 트렌드를 담다'…인스타 매거진 운영기 [‘힙’=인스타 매거진②]


입력 2024.06.23 08:11 수정 2024.06.23 13:5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난 시만 읽어. 님들도 읽으셈.”


인스타그램에서 한국 현대시를 소개하는 포엠 매거진의 소개말이다. 운영자는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시를 읽고 써오며 자신이 느낀 시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인스타 매거진을 만들었다. 소개말은 포엠 매거진 운영자는 시를 너무 어렵고 무겁게만 여기는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이같이 적었다.


ⓒ포엠 매거진 인스타그램

그렇게 시작한 포엠 매거진은 95개의 콘텐츠가 쌓였고 팔로워도 1만 7000명의 달성했다.‘첫사랑이 떠오르는 시', '내가 시를 즐기는 법', '트램을 타고 김이강', '오늘의 시집 추천', '헤어질 결심이 떠오르는 시' 등 흥미로운 주제와 시를 연결해 직관적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운영자는 포엠 매거진의 차별화를 “최대한 ‘있는 척’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엠 매거진 측은 “소개말도 그런 뜻을 반영해 만든 거다. 아무래도 '시'라는 주제를 다뤄서 더 그런 것 같다. 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시는 너무 어렵고 무거워 보이지 않나. 그렇기에 반대 성향의 톤 앤 매너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이없고 허술해 보이는 캐릭터를 만든 거다. 간단한 콘텐츠나 스토리의 경우에는 일부러 오타나 이미지의 어긋남을 넣기도 한다. 구독자 참여 콘텐츠를 해도 진지하기보다는 피식 웃기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포엠 매거진 운영자는 인스타 매거진의 장점을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원하면 언제든 스마트폰을 켜 엄지손가락으로 원하는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시대에 인스타 매거진은 접근성이 뛰어나다.


운영자는 "이런 서비스는 계속해서 더 간편한 형태로 발전하리라 생각한다. 인스타 매거진 이전엔 뉴스레터가 있었다. 결국 다 비슷하다. 다만 인스타그램 매거진은 뉴스레터 같은 타 서비스에 비해 허들이 낮고 유사 계정이 많다 보니, 이를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구독자의 몫이 된다. 좋은 콘텐츠를 찾는 것 또한 구독자의 역량이 되는 시대"라고 분석했다.


더 이상 종이 잡지를 통해서 정보를 소비하지 않는 시대가 됐지만, 포엠 매거진이 바라보는 인스타 매거진의 비전은 '공존'이다. 운영자는 "지금처럼 둘이 함께 존재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종이책은 종이책대로 팔리고, 인스타 매거진은 이대로 잘 유지될 것 같다. 오는 7월에 제가 포엠 매거진 이름으로 종이 잡지에 객원 기자로 참여하기도 한다. 동시에 많은 출판사와 협업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다. 이렇듯 온, 오프라인의 장단점을 공유하며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트렌드 매거진 인스타그램

지난 1월 만들어진 트렌드 매거진은 20대 최유림 씨가 만든 문화 전반의 취향과 영감을 공유하는 인스타 매거진이다. 'Make your own trend'라는 신조로 트렌드에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최유림 씨는 카메라 보정 앱 콘텐츠 기획팀에서 인턴을 하면서, 바이럴 되는 트렌드, 굵직한 이벤트를 기획하기 위한 회의를 하던 중 '콘텐츠 쪽은 어제 가장 중요한 게 오늘은 가장 후순위로 변동이 되기도 하나'라는 팀 리더의 말을 듣고 인스타 매거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자신만의 인사이트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최유림 씨는 "막연하게 개인적으로 아카이빙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고민도 해보고 큐레이션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으로 시작했다. 채널을 인스타그램으로 선택한 이유는 접근성이 가장 좋은 매체라고 판단했다. 일단 저부터도 SNS를 잘 활용하고 있다. SNS에 대해 잘 알아야 운영할 수 있어 인스타그램에 매거진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인스타 매거진은 6개월 동안 운영하면서 느낀 건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과 매거진의 성향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최유림 씨는 "카드 뉴스가 10장의 슬라이스로 분량이 정해져 있다. 제가 운영할 때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정해진 분량이 단점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계속 운영하다 보니 장점인 것 같다. 정해진 분량이 없으면 ‘투 머치 토커’처럼 필요 없는 콘텐츠를 올릴 수도 있는데 최대한 정제된 채 핵심만 간략하게 전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트렌드 매거진의 특징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독자들에게 화두를 던진다는 점이다. 최유림 씨는 "저는 정보성 콘텐츠이면서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중간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우리 이걸 함께 생각해 보는 게 어때?'라고 질문을 던져서 댓글이나 DM으로 생각을 모으기도 한다"라고 트렌드 매거진의 확장된 역할을 소개했다.


물론 고충도 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과 성과가 언제나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체감할 때마다 힘이 들기도 한다. 이에 노출률이 높은 콘텐츠를 분석해 관련 주제에 대해 더 심화해 다루는 시도도 하고 있다.


최유림 씨는 워낙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흐름 속에 인스타 매거진 자체가 정보를 소비하고 또 제공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 씨는 "영상 매체인 쇼츠나 릴스도 여전히 많이 소비되고 있지만, 최근 활자나 독서 이런 게 또 하나 힙한 문화로 떠오르면서 인스타 매거진도 같이 좀 주목을 받고 있는 거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라 인스타 매거진 관련 굿즈 사업도 많이 활성화되는 중이라고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리더필름 인스타그램

'영화가 나아가야 할 이상적인 방향을 고민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가진 영화 인스타 매거진 리더 필름은 대학생 윤서연, 오세연, 김범준 세 명이 운영하고 있다. 리더 필름 운영진들은 극장과 감독, 영화 속 인상 깊은 소재를 전개하고 영화가 나아가야 할 이상적인 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영화 문화와 관객들의 매개체가 되고자 기획됐다.


영화를 통해 경험하지 못한 세상, 수많은 환상을 접하며 시야를 확장해 나가는 자신들의 경험이 기반이 된 콘텐츠를 만든다. 윤서연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리더 필름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실제로 인스타 매거진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며, 콘텐츠 제작 시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거나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서연 씨는 인스타 매거진의 장점으로 글을 쓰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점을 꼽는다. 윤 씨는 "매거진이 텍스트 중심의 콘텐츠이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보다 피로감이 적고, 글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운영할수록 매력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인스타 매거진의 한계로 사람들이 여전히 짧고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고 있어 텍스트가 너무 많으면, 팔로워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3명이 만들고 있어 콘텐츠 제작은 한 달에 두 번 회의를 거쳐 주제를 정하고, 개인별 콘텐츠와 협업 콘텐츠로 나누어 제작하고 있다. 윤서연 씨는 "개인별 콘텐츠는 각자 특성에 맞춰 만들고 있다. 배우를 좋아하는 친구는 배우 중심,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는 영화 음악을 중심으로 관심사를 담는 편이고 함께 제작하는 건 영화 리뷰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리더 필름의 최종 목표로 독립 영화와 단편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다. 이에 독립극장과 영화제 등의 다양성과 재미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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