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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역행하는 가수들…숏폼 시대에 등장한 ‘롱폼’ 음악들의 가치 [D:가요 뷰]


입력 2024.07.09 14:16 수정 2024.07.09 14:1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평균 영상 길이가 15초에서 최대 10분을 넘지 않는, 빠르고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최근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롱폼 콘텐츠의 매력이 주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재석이 진행하는 뜬뜬 채널의 ‘핑계고’, 십오야 ‘나영석의 나불나불’, 요정재형 ‘요정식탁’, 침착맨 ‘침투부’ 등이다. ‘핑계고’는 평균 1시간에 달하는 영상이 조회수 120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침투부’ 역시 무려 5시간이나 되는 영상 조회수가 2000만회를 넘어섰다. 롱폼에 대한 창작진의 욕구는 물론 대중의 수요까지 확인한 셈이다.


방탄소년단 RM(왼쪽)과 가수 이승윤 ⓒ빅히트뮤직, 마름모

눈길을 끄는 건, 이런 롱폼 콘텐츠에 대한 창작진의 욕구는 방송가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요계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노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추세였다. 주요 음악 전달 매체가 CD에서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면서 3분대 후반이 주를 이뤘고, 최근엔 틱톡 등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노래 길이가 2분 안팎으로까지 짧아지는 등 대중음악 대다수는 시대적 흐름에 따르는 분위기다.


그런데 방송가에서 롱폼 콘텐츠에 주목하는 것처럼, 가요계도 시대에 역행하는 5~6분 내외의 긴 음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승윤은 정규 3집 발매에 앞서 그중 8곡을 선정한 선발매 앨범 ‘역성’을 지난 3일 발매했는데, 타이틀곡 ‘폭포’의 길이가 무려 6분에 달한다.


이승윤은 “이 시대에 왜 ‘폭포’가 타이틀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6분이 넘는 곡임에도 타이틀로 하고 싶었다”면서 “결국 제가 관객과 닿는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시대에 롱폼 음악을 하는 것 역시 유의미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승윤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BTS) RM이 최근 발매한 앨범 ‘라이트 플레이스, 롱 퍼슨’(Right Place, Wrong Person)의 타이틀곡 ‘로스트!’(LOST!)도 5분, 아이유의 ‘더 위닝’(The Winning)의 선공개곡이었던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은 4분30초, 임영웅의 ‘온기’와 ‘홈’(Home)은 각각 약 4분 안팎으로 구성됐다.


긴 흐름의 곡을 내세운 가수들의 특징은, 사실상 트렌드를 쫓을 필요 없이 팬덤이 이미 탄탄히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현재 가수들에게 긴 흐름의 곡을 선택하는 것은 모험과도 같다. 짧은 흐름의 곡이 보편화되면서 정규앨범 발매를 두고 업계에서 “객기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곡의 길이가 곧 완성도 높은 음악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팬덤을 형성한 가수들이 트렌드에만 매달리지 않고, 완성도에 초점을 맞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있어선 대중음악계에서 의미 있는 행보로 읽힌다. 사실상 최근의 노래는 음악의 서사보다, 중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흐름과 달리 곡 안에서 하나의 서사를 완성지으면서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셈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과거에는 하나의 드라마처럼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건 곡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서사가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하다는 의미”라며 “그런데 최근의 곡들은 서사보단 보여주는 것들에 더 치중되어 있다. 그것이 트렌드이지만 이를 거스르는 시도들이 대중음악계의 음악적 다양성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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