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첫 TV토론회
곤란할 법한 질문으로 구성된 '밸런스 게임' 진행
대표적인 악플 마주한 4인…웃거나 씁쓸하거나
"무인도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면 '총선백서' 조정훈 VS '핵찐윤(尹)' 이철규" "기분 나쁜 사항은 지인의 읽씹 VS 작년 연판장" "침몰하는 배에 구명조끼는? 박근혜 전 대통령 VS 윤석열 대통령" "손흥민 선수 VS 이천수 선수"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가나다순) 후보 등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첫 TV합동토론회에서 열띤 토론을 벌인 가운데 '밸런스 게임' 코너에서는 소탈하게 각자의 신념을 드러냈다. 유연한 설명과 함께 각자의 비전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가장 먼저 선택의 기로에 선 한동훈 후보는 9일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TV합동토론회 '순간의 선택 밸런스 게임'에서 '무인도에서 함께 살 인물'을 고르는 질의에 조정훈 의원 대신 이철규 의원을 선택했다.
한 후보가 이 의원을 선택하자 다른 당권주자 후보들은 모두 웃음을 터트렸으며, 한 후보는 "이 의원을 선택하면 조 의원도 따라올 것 같다"고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과거로 돌아가 '윤 대통령과의 식사 VS 김건희 여사와의 답장'을 선택하는 질의에는 '윤 대통령과의 식사'를 택하며 최근 불거진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을 다시 한번 일축했다.
한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는 식사를 자주 했고,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 여사와의 문자는 당대표가 된다 하더라도 당무와 관련한 사항엔 (답장을 보내는 게) 아니다. 본인이 당사자라 해도 (그렇다)"라고 과거로 돌아가도 김 여사와 문자를 하지 않겠단 입장을 밝혔다.
다음 주자인 나경원 후보는 '지우고 싶은 이미지 '공주 VS 친일'' 중 '친일'을 택하며 "제일 먼저 시작한 (프레임), 2004년 총선 이후 나오고 있는데 친일·반일 프레임 넘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웃어 넘겼다.
기분 나쁜 사항을 택하는 질의에는 '오래된 지인의 읽씹' 대신 '연판장'을 택했다. 앞서 나 후보는 지난해 초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최유력 당대표 후보로 꼽혔으나, 출마를 고심하는 과정에서 용산발로 불출마를 압박하는 연판장이 돌려지면서 당권 도전을 끝내 포기해야만 했다.
나 후보는 "정치하면서 여러 가지 겪었지만 연판장 만큼 상처 된 게 없다"고 토로했다.
윤상현 후보는 침몰하는 배에서 구명 조끼를 윤석열 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중 누구에게 던지겠느냐는 질문에, 앵커가 채 질문을 다 읽기조차 전에 주저없이 박 전 대통령에게 던지겠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여성 아니냐"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수영을 하는데, 박 전 대통령은 수영을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원희룡 후보는 장고 끝에 총선 당시 자신의 선거운동을 함께 뛰었던 이천수 선수를 손흥민 선수를 제치고 국가대표 감독 감으로 꼽았다. 원 후보는 "감독으로서의 훈련과 성장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천수 선수는) 오래 전에 선수를 했고 뿌리를 쌓은 사람"이라며 "구단주로 감독을 기용하는 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각 후보에게 달린 대표적인 '악플'에 답하는 코너에서는 후보들의 당황한 표정과 행동이 여과 없이 드러나기도 했다. '20년간 정치한 사람의 최대 업적이 학력고사 전국 1등? '친한 척 어깨동무 할 땐 언제고…국민의힘 김의겸이냐, 혹은 용산에서 그렇게 하라더냐'라는 댓글을 본 원 후보는 표정이 평소보다 살짝 굳은 채 볼펜을 만지작 거렸다.
'한동훈이 잘하는 것? 압수수색과 깐족. 이준석(개혁신당 당대표)과 똑같은 관종. 셀카 그만 찍어라' '정의로운 척 혼자 다 하지만 자기 성공하려고 형님·형수 뒤통수 치나'라는 댓글을 마주한 한 후보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한 후보는 댓글을 평소에도 자주 본다고 답하면서도 잠시 말문이 막히며 "(내게 오는 분들께) 친절하고 싶다. 앞으로도 셀카를 찍어드릴 거다"라고 목 메인 목소리로 답하며 상처 받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 후보는 의연하게 대처했다. '쓴소리·반대 못하는 인물'이란 지적에 "사실 독하게 못한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윤 후보는 '인물은 괜찮으니 트로트 가수 해라'라는 악플 아닌 악플(?) 질의에 크게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사실 내가 트로트 참 좋아한다. 노래도 아주 잘 부르고 또 흥이 나면 가수 뺨친다"며 호탕하게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