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성공적 데뷔…게임사 시총 4위 우뚝
'김형태식' 미학 담긴 개발 철학 인정받아
매출원 다각화 필요…조달 자금 IP에 투입
시프트업이 성공적인 코스피 데뷔전을 치렀다. 김형태 대표가 엔씨소프트에서 나와 시프트업을 창립한 지 11년 만이다. 뚝심 있는 개발 철학으로 상장 문턱을 넘긴 김 대표는 시장에 미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전날(11일)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시프트업은 종가 기준으로 주당 7만1000원, 시가총액 4조1198억원에 장을 마감했다. 시총 기준으로 크래프톤, 넷마블, 엔씨소프트에 이어 단숨에 게임주 4위에 자리했다. 하루 거래대금만 1.3조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시프트업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원화가) 출신 김 대표가 설립한 개발사다. ‘창세기전’, ‘마그나카르타’ 일러스트레이터로 이름을 알렸다.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인 ‘블레이드 앤 소울’ 아트 디렉터를 역임하다가 회사를 차렸다.
시프트업은 서브컬처(일본 애니메이션풍) 게임에 특화한 게임사다. 대부분의 게임사가 캐시카우를 목적으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는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김 대표는 데뷔작 ‘데스티니차일드’로 김 대표 특유의 개발 정체성을 알렸다. 이후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강조한 미형의 실사 캐릭터로 매력을 끌어올리는 ‘김형태식’ 미학의 정수인 ‘승리의 여신: 니케’로 기업 성장을 이끌어 냈다. 올해 3월 소니 독점으로 공개된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로 콘솔 부문에서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본격적으로 IPO(기업공개)에 박차를 가했다.
시프트업의 코스피 안착은 기업의 매출 구조나 규모 등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시프트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686억원, 영업이익 1110억원을 기록했다. 크래프톤과 넷마블이 각각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9106억원, 2조5014억원을 거둔 것과 확연한 차이다.
인력 규모도 마찬가지다. 크래프톤과 넷마블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임직원 1579명, 830명을 두고 있다. 시프트업의 정확한 임직원 수는 공개된 바 없으나, 증권신고서를 통해 2027년 기준 임직원 총원이 약 550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시프트업의 게임 파이프라인 확대 전략이다. 시프트업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97%가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발생했다.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퍼블리셔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달리 말하면 ‘승리의 여신: 니케’와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 2종 외엔 별다른 수익원이 부재한 셈이다. 이번 기업공개를 두고 시장의 고평가 우려가 제기된 이유기도 하다. 기존 IP 매출 극대화와 함께 차기 IP 발굴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2종으로 IPO에 성공한 것 자체가 시장에서 시프트업의 개발력을 인정해준 셈”이라며 “다만 차기 수익원 확보에 대한 우려는 계속 제기될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분주하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시프트업 역시 공모를 통해 마련한 자금 대부분을 기존 IP 확장과 게임 개발 인프라 강화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니케 IP에 4년간 600억원, 스텔라블레이드 IP에 110억원을 투입한다.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신작 '프로젝트위치' 등에는 1010억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개발에 집중한 회사 운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안정적인 이익률을 유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전날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상장은 골(Goal)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침착하게 좋은 게임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