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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판매 넘어 ‘독자’ 발굴하는 ‘북티크’ [공간을 기억하다]


입력 2024.07.12 14:45 수정 2024.07.13 09:0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책방지기의 이야기⑧] 서울 마포구 북티크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책 읽고 대화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늑한’ 아지트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점 북티크는 문을 여는 순간 ‘따뜻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골목 안 건물 2층, 검은 문까지. 내부가 보이지 않아 입장이 잠시 망설여질 수는 있다. 그런데 문을 열면 커피 냄새와 아늑한 소파로 꾸며진 공간이 손님을 맞는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지난 2014년 문을 열어 올해 10주년을 맞은 북티크는 서울의 논현동, 서교동 등을 거쳐 최근 신수동에 자리를 잡았다. 임대료 문제를 포함해 여러 이유로 자리를 여러 차례 옮겼지만 ‘도심 속 아지트’라는 북티크의 색깔만큼은 유지했다.


박종원 대표는 “북티크는 책과 사람을 위한 아지트라고 소개를 하고 있다. 또 하나 부제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읽고 쓰는 즐거움을 제안하는 서점’이다. 책 읽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싶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고 북티크를 설명했다.


벽 한쪽을 가득 채운 책, 모닥불 앞 소파 그리고 또 다른 문 뒤에 위치한 독립적인 회의 공간까지. 서점을 다양하고, 편안하게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북티크만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 북티크만? 동네 책방 원하는 독자들이 모두 시도할 ‘연결’


이는 박 대표가 생각한 서점의 의미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북티크는 책을 사고, 파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독자들을 위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북티크를 열기 전 출판사에서 8년 동안 근무하며 책과 독서에 대해 다양한 고민들을 했던 박 대표는 “책과 함께 독자를 발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 구심점이 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를 위해 서점을 채우는 ‘콘텐츠’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북토크 등 행사는 빈번하게 열리지만, 독서 모임을 서점이 주도하는 것은 드물었던 오픈 당시 박 대표는 다양한 모임을 진행하며 책과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 애썼다. 또는 밤새 책을 읽고 대화하는 정기 행사 ‘심야서점’을 기획해 책 읽는 재미를 실감케 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밤새워 책을 읽고 난 이후 새벽 2시부터 독서모임이 시작된다. 졸릴 것 같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또 밤새 시간이 간다. 해 뜰 때까지 이어지는 모임을 원하는 분들이 모인다”고 심야서점에 임하는 독자들의 재미를 짚었다.


이를 통해 박 대표도 자연스럽게 위로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독서가 서로의 삶을 나누고, 나아가 상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책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를 하게 되고, 이것이 더 풍성한 대화를 이끈다고 믿었다.


박 대표는“책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엔 각자의 삶을 드러내게 된다. 그 삶에 대해서 내가 경험하지 않은 타인의 삶에 공감하고, 위로받고, 경청하고, 질문하다 보면 책을 파고들어서 이 책에 뭔가 주제와 의식을 말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삶도 말한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책 친구와 함께 뻗어나갈 의미를 꿈꿨다. 박 대표는 “책 읽는 사회를 만들려면 결국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그 연결을 꿈꾼다. 작은 책장 하나로도 책방 주인이 될 수 있다. 그걸 바탕으로 온라인을 통해 뻗어나가고. 나는 그 중간 역할을 하다 보면 ‘북티크’가 연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책장 한칸을 바탕 삼아 자신만의 '책방'을 꾸며나갈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나누고 싶은 이야기만 있다면 언제든 북티크가 뻗어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 아날로그 형태로 사람들이 만나는 것은 언제나 필요하다. 다만 임대료를 내기 힘들다면, 책장 한 칸을 내줄 수 있다. 그 책장 한 칸을 나만의 책장으로 꾸며 온라인 활동을 통해 뻗어나갈 수도 있지 않나. 책방지기의 역할은 책을 많이 읽고 또 소개하는 역할이라고 여긴다. 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나를 통해 연결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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