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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회장 뚝심 통했다...원전 '봄'에 미소짓는 두산


입력 2024.07.15 14:37 수정 2024.07.15 14:37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어려운 상황에도 원전 사업 놓지 않아

美 이어 EU에서도 원전 수주 가능성↑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5월 13일(현지시간) 체코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원전 핵심 주기기인 증기터빈 생산현장을 살펴보고 있다.ⓒ두산그룹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의 극심한 부진 속에서도 원전 사업 의지를 꺾지 않았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선택이 빛을 발하게 됐다. 대내외적으로 원전 사업이 활력을 띄는 가운데, 대규모 수주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두산에너빌리티에 이목이 쏠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정부의 원전 정책 변화와 해외 원전 관련 사업 수주 낭보 가능성이 더해지며 두산그룹 내 유망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4년 전 두산그룹이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서게 된 원흉이었음에도,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은 결과다.


두산그룹은 문재인 정부 당시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원전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주력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큰 타격의 여파로 채권단 관리체제까지 감수해야 했다. 자금난에 빠진 그룹은 재무건정성이 악화했고, 고강도 구조조정이 필요했다.


두산은 각고의 노력 끝에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고, 자산 및 계열사 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3조원 규모 재무구조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결국 1년 11개월 만인 2022년 2월 채권단 체제를 조기 졸업했으나, 그 과정에서 알짜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까지 HD현대에 넘겨줘야 했다.


이런 와중에도 박정원 회장은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새 먹거리로 강조하며 원전 사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런 판단은 최근에서야 빛을 발하고 있다.


가장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은 성과는 미국 최대 SMR 설계 업체 뉴스케일파워가 짓는 370억달러(약 50조원) 규모의 SMR 건설 프로젝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프로젝트의 주기기 납품 기업 납품 기업으로 유력하다. 해당 공급이 실현되면 2조원 가량의 설비를 납품하게 된다. 2019년부터 총 1억4000만달러를 뉴스케일파워에 투자하면서 핵심 부품을 납품하기로 합의한 결과다.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를 지속하며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례다.


오는 17일에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이 입찰 신청한 체코 프라하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사업비만 30조원에 달하며, 한수원이 이 사업을 수주할 경우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하게 된다.


최근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에너지 사업의 노선을 명확히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사업에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1일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소유한 두산밥캣의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면서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 3대 부문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두산밥캣을 내준 것이 뼈아플 수 있지만, 넘겨주는 조건으로 두산밥캣에 차입금을 이전하게 돼 약 1조 2000억 원가량 차입금 감축 효과가 발생,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얻게 됐다.


구체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넘겨주는 대신 7200억원이 넘는 부채를 덜어내고, 여기에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48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재무 개선 효과가 원전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원동력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 원전 사업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시장이 되살아날 조짐 보이는 점도 호재다. 최근 정부는 11차 전기수급기본계획에 오는 2038년까지 최다 3기의 원전을 새로 짓고, SMR를 활용한 '미니 원전' 1기도 2035년까지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약 9년 만에 나온 새로운 원전 계획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전 기자재를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는 대규모 수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6년 폴란드 원전 수주에도 도전한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와 폴란드 원전 수주 성공 시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주기기 관련 수주금액은 2023년 2조8700억원에서 2025년 5조74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박 회장은 지난 5월 체코 프라하에서 '두산 파트너십 데이' 행사를 직접 주관하며 원전 사업 수주에 적극적인 행보도 보인 바 있다.


박 회장은 "두산은 에너지 및 기계산업 분야에서 오랜 기간 체코 정부를 비롯해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왔다"며 "해외수출 1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 성공적으로 주기기를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15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해외원전 수주에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 공학부 교수는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손 꼽히는 원전 주기기 기업"이라면서 "세계 각국에서 원전의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두산에너빌리티의 호재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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