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인터뷰] 사샤 로월드 LVMH 경영 고문 "웹3 도입 성과↓…설득력 있는 서비스 필요"


입력 2024.07.18 06:00 수정 2024.07.18 06:00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의대 졸업·버켄스탁 CEO·LVMH 합류까지 화려한 이력

LVMH 브랜드와 NFT 발행 통해 고객 경험 향상 노력

명품 제품 가격은 오르지만 동일 제품 NFT는 하락

"명품 구매자 설득할 수 있는 성숙한 웹3 서비스 필요"

사샤 로월드(Sascha Rowold)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경영 고문이 지난 12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안 황지현 기자

"게임을 좋아하는 10~20대로부터 과금을 유도하는 방법과 중년 여성이 1년에 수십억원을 지출하게 만드는 공략 방법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설득력 있는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현재 웹3 프로젝트들은 럭셔리 브랜드가 관심을 두지 않는 작은 것에만 매몰된 경향이 있는데, 장기적인 비전에 집중해야 합니다."


사샤 로월드(Sascha Rowold)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경영 고문(Executive Advisor)은 12일 데일리안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웹3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럭셔리 브랜드와 웹3 결합 성과는 낮았다고 평가했다.


버켄스탁 CEO에서 LVMH로 합류
사샤 로월드(Sascha Rowold) LVMH 임시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11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쟁글 어돕션 2024'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해 '웹3가 럭셔리 경험을 재정의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황지현 기자

로월드 고문의 이력은 독특하다. 의대에 진학해 학위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이후 의료 분야 회사를 창업해 매각까지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의사로서의 길보다는 비즈니스에 흥미를 느껴 지금까지 '비즈니스 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는 독일 샌들회사 '버켄스탁'에 합류했다. 2016년에는 버켄스탁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2021년까지 해당 직책을 맡았다. 이때 주로 글로벌 소비자 비즈니스와 마케팅을 전담하며 버켄스탁 가치를 끌어올렸다.


다만 럭셔리그룹 LVMH가 버켄스탁을 인수하며 그의 거취는 자연스럽게 LVMH로 옮겨졌다. 로월드 고문은 "현재 LVMH에서 경영 고문 (Executive Advisor)으로 그룹 운영에 조언하고, 외부의 입장에서 LVMH를 바라보고 있다"며 "LVMH뿐만 아니라 구찌, 보테가 베네타, 생로랑, 발렌시아가 등이 포함된 럭셔리 그룹 'KERING(케링)'에서도 같은 직책을 동시에 역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그룹에서의 경영 고문은 국내 사외이사나 상임 고문보다 기업에 관여할 수 있는 직책이다. 그는 "LVMH에서 디지털과 마케팅 업무를 전담하며 조직 전체에 도전이 될 수 있는 제안을 끊임없이 한다"며 "특히 LVMH가 과거에서부터 쌓아온 명성과 유산을 혁신적인 미래와 이어주기 위해 계속 질문하고,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LVMH는 도전 자체에 열려있지만 변화에는 망설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오래된 유산에 기반한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직을 유연하고 새로운 변화에 열린 자세를 만드는 것이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웹3 혁신성과 소유권…럭셔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
지난 2023년 휴블롯과 일본 작가 무라카미 타카시의 콜라보로 시계와 NFT가 공개됐다. LVMH 홈페이지 캡처.

그동안 LVMH는 웹3에 관심 가지며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체불가토큰(NFT) 발행이다. 루이비통 비아 트레저 트렁크, 휴블롯 시계, 티파니앤코 쥬얼리 등 명품 브랜드 기반 NFT를 출시했다.


로월드 고문은 "단순히 NFT만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물건과 NFT를 함께 출시하는 '디지털 트윈'으로 초점을 맞췄다"며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해 웹3를 도입했고, 구매자들은 NFT를 통해 소유권과 정품 인증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LVMH뿐만 아니라 다른 럭셔리 브랜드도 웹3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비영리조직인 '아우라(AURA) 컨소시엄'도 설립했다. 그는 "루이비통, 까르띠에, 프라다 등 럭셔리 대기업들이 참여한 컨소시엄인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만들었다"며 "명품의 정품 인증 문제를 해결하고, 제품마다 고유식별번호를 부여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해 소유권 보유 출처나 원산지를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LVMH가 웹3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의 선호와도 관련 있다. 아르노 회장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OpenSea)' 계정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수 NFT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장 개인적인 선호도가 비즈니스로 이어진 것이다.


이 외에도 로월드 고문은 럭셔리 브랜드와 웹3는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하기 때문에 여러 럭셔리 브랜드에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LVMH 회장의 개인적인 선호도가 비즈니스에 영향을 준 것도 맞지만, 웹3 잠재성이나 추구하는 방향이 럭셔리 브랜드와 일치한다"며 "럭셔리 브랜드는 혁신성과 소유권을 가치 있다고 느끼는데, 웹3도 이와 비슷해 럭셔리 비즈니스 종사자가 웹3 도입하는데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품 NFT, 기대와 달리 가격 하락세 지속…웹3 도입 지속 고민해야

기대와 달리 성과는 좋지 않았다. 보통 명품은 몇 년 후 가격이 더 오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구매한다. 명품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져 자연스럽게 구매가나 리셀가 모두 비싸진다. 실제 구매자들 사이에서도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실제 제품 가격이 오를 동안 같은 명품 기반 NFT 가격은 떨어졌다. 로월드 고문은 "소비자들은 '이 명품 핸드백이 5년 후에 비싸질거다'라는 기대감으로 구매하고, 럭셔리 브랜드 또한 그것을 약속하면서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다만 오픈씨에서 명품 기반 NFT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럭셔리 브랜드가 가장 기피하는 속성 중 하나가 지속성이 없다는 것인데 현재 해당 NFT들은 지속성 없이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다른 성과를 못 내고 있다"며 "LVMH 고객은 보통 35~55세 사이 고소득층 여성인데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웹3에 관심을 가지고 시도했지만, 소비자들의 이목을 지속적으로 사로잡을 만한 서비스는 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는 "웹3와 관련된 사업을 다양하게 시도했지만 성과가 미비해 올해부터는 럭셔리 브랜드의 웹3 진출에 대한 기사도 거의 볼 수 없었다"며 "LVMH 2023 연간 보고서에도 블록체인이 3번 밖에 언급이 안 됐고, 오히려 인공지능(AI)이 6번 언급됐다"고 지적했다.


로월드 고문은 웹3를 비즈니스보다는 정가품을 가려내는 인프라적 요소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리셀 마켓에서 진품인지 가품인지 가려주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웹3의 잠재력을 인정하지만 현재 웹3 프로젝트들은 LVMH와 같이 큰 회사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 작은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장기적인 비전에 집중한 서비스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비즈니스나 마케팅보다 인프라적으로 웹3가 사용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로월드 고문은 "LVMH를 포함한 다수 럭셔리 브랜드는 웹3 내부 도입 전략이 분명히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진심으로 전념한다고 말할 수 없다"며 "앞으로 웹3 서비스의 향후 방향을 지켜보며 도입할지 말 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고, 웹3 프로젝트 또한 단순 기술 제공보다 어떻게 하면 웹2 기업들이 웹3를 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성숙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