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공익위원 편파적”
경영계 “내년에도 단일 최저임금 적용 깊은 유감”
고용장관 “내달 5일 제도 개선 논의체 구성할 것”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결정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국가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개별적인 임금협상을 하듯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있어) 소모적 갈등과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며 “최저임금의 결정구조, 결정기준 등 그간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돼 왔다. 이를 반영해 본격적으로 제도와 운영방식 개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최저임금 최종 고시인 8월 5일 이후 전문가, 현장 등이 참여하는 논의체를 구성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매년 최저임금에 관해 심의하는 기관인 최임위는 근로자위원(노동계), 사용자위원(경영계),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체계는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에 있어 매년 노사 입장차게 극명하게 갈리다 보니 매년 법정 심의기한을 넘기는 것은 물론, 심의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과 파행을 빛으면서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올해 역시 업종별 차등적용 표결 여부를 두고 노사 간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노측이 표결을 강력 반대하는 과정에서 표결을 막기 위해 위원장의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탈취해 찢는 등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임위 노·사·공 27명의 위원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최저임금액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이 무색해진 것이다.
이에 이인재 최임위원장 역시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직후 “지금의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은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진전되기가 좀 한계에 있지 않느냐는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최저임금 결정 제도) 개편에 대해 심층논의와 후속 조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최저임금 결정을 공익위원이 정하다 보니 노사 모두 결과에 수긍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표결에 들어갈 경우 사실상 정부가 인선한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꼴이다.
최임위는 노·사·공에서 각각 9명씩 구성되다 보니 표결에 들어갈 경우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노사 간 입장차가 클수록 정부가 인선한 공익위원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내년 최저임금 의결 이후에도 인상 수준이나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두고 노사 양측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고려하면 동결돼야 했다”며 “ 내년에도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만원 넘었다고 역사적이니 뭐니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명백한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저임금노동자들의 통곡이 눈에 선하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장관은 “저임금 근로자와 영세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심도 있게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