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신용도 하향 등 리스크 여전
비상경영 돌입 및 영업력 강화 필요성↑
SK·하이證, 경영 위기에 선제적 움직임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실적 한파와 신용등급 조정 등 장기간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어려운 시기를 지났고 하반기에도 부동산 PF가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중소형사들이 악화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영업력 강화’ 혹은 ‘비상경영체제 돌입’ 필요성이 거론된다. 하반기에도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업황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소형 증권사가 실적 부진 및 악화, 신용등급 하향 등의 불안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 들어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들이 부동산 PF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을 연이어 강등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전날 ‘2024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와 하반기 산업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증권 업계의 산업전망은 ‘비우호적’, 신용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산업전망(우호적·중립적·비우호적)과 신용전망(부정적·안정적·긍정적)을 각각 3단계로 분류한 점을 고려하면 증권업의 경우 가장 나쁜 전망이 제시된 것이다.
원인으로는 부동산 PF 리스크를 꼽았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을 발표한 영향이 하반기부터 가시화되고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 변경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와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등으로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 압력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PF 양적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다. 중소형사의 경우, 대형사 대비 재무 여력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손실 확대가 불가피해 낮은 수익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등을 위해 증권사 현장 점검까지 실시하고 있어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높은 중소형사에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 연구원은 “부동산 PF 시장 불확실성 지속으로 중소형사의 사업기반과 이익 안정성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며 “PF 대출과 투자자산 부실화로 재무 지표가 크게 저하돼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중소형 증권사들은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거나 영업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일부 회사만이 선제적 대응에 나섰으나 중소형사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선 부동산 PF 여파로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SK증권에서는 최근 16명에 달하는 임원이 사임하고 이달 25개 지점 중 10개에 대한 점포 폐쇄를 통지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 및 오프라인 지점 축소를 통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악화된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자 회사의 수익·비용 구조 효율화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판단이다.
올 1분기 적자 전환한 하이투자증권은 영업력 강화에 나섰다. 회사는 내달 6일 사명을 ‘iM증권’으로 변경하며 사업 안정화와 실적 회복을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DGB금융그룹 내 계열사들이 ‘iM’이라는 공통 간판을 달고 브랜드 일원화에 따른 이미지 정립, 저변 확대 등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수익 감소로 인한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비상경영에 들어가는 증권사들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진단도 나온다.
앞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졌던 지난 2022년에도 교보·이베스트·다올투자증권 등이 줄이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 바 있는데 이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부동산 PF가 중소형사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부동산 경기 악화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소형사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