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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에 방울' 돼 버린 카드 수수료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4.07.30 07:00 수정 2024.07.30 10:48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다시 돌아온 적격비용 재산정 시기

"자영업자 생존" 여론·정부 압박에

너도나도 영세 가맹점 '뒤틀린 현실'

보기 좋은 그림에 담긴 '불편한 진실'

신용카드 수수료 이미지.ⓒ연합뉴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다시 손봐야 할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에도 또 불이 붙고 있다.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시기마다 반복되는 소모적 잡음이다.


논란의 단초는 적격비용 제도다. 2012년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을 주기로 새로운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게 됐다. 그때마다 어느 정도의 수수료가 적절한지 시장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적격비용 재산정 때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계속 내려가기만 했다. 그러면서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 판매에서 적자의 늪에 빠졌다.


전 세계에서 3년에 한 번 카드 수수료를 내리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에 대한 지적에 당초 금융당국은 재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2026년에 적격비용을 재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재는 이 같은 방안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똑바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카드 수수료를 내리지 말자거나, 혹은 이제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려면 여론과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해서다. 안 그래도 금융사들은 돈을 잘 번다는데, 어려운 동네 사장님들에게서까지 더 많은 수수료를 걷어가야겠냐는 비난의 화살이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이런 민심의 농도는 한층 짙어졌다. 소상공인을 살려야 한다는 반박할 수 없는 주장에 카드 수수료율은 계속 하강 곡선을 그려 왔다.


서슬 퍼런 정부의 눈초리도 한몫을 했다. 자영업자 지키기가 정책 과제가 되고 이를 위한 금융권의 상생 요구가 거세지는 와중, 카드 수수료율을 올리겠다는 건 감히 입 밖에 낼 수조차 없는 금기어처럼 여겨졌다.


그렇게 카드 수수료 재산정 논의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됐다. 여론에 올라탄 정부의 압박 앞에서 뻔히 보이는 역린을 건릴 수는 없었다. 10년 넘게 카드 수수료율이 내리막길만을 걸었던 진짜 이유다.


하지만 이제는 감정적인 수사에서 벗어나 뒤틀린 현실을 돌아볼 시점이다. 연간 매출이 30억원만 넘지 않으면 영세·중소 가맹점으로 분류돼 좀 더 싼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 받는다. 영세나 중소라는 말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지만, 서울 시내의 웬만한 대형 고급 식당들도 이렇게 혜택을 받는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위기에 취약한 작은 가게들을 돕자는 정책의 의도는 희석된 지 오래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부담은 전적으로 카드업계가 짊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카드사 8곳의 총 수익 중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37.4% 수준으로 3년 전인 2021년(41.1%) 대비 3.7%포인트 하락했다.


매번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여신금융협회는 이번에도 링 위로 소환됐다. 카드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할 여신협회가 이제라도 시장의 입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한다는 역할론이다.


이러는 사이 카드사의 수수료 개편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이번에도 결국 수수료율을 더 낮추고 혜택을 확대하면 모두에게 보기 좋은 그림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뒤에 담긴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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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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