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남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고등학생 하루(박신영 분)의 꿈은 해적 선장이다. 넓은 바다를 여행하며 보물도 찾고 나쁜 해적들도 물리치고 싶다. 반 친구들이 "넌 수영도 못하지 않냐"라고 허무맹랑한 꿈을 비웃어도 확신이 있다. 수영을 못하면 구명 조끼를 입으면 될 일이다.
반면, 같은 반 친구 현도(신주협 분)은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부모님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고민하느라 장래희망에 한 글자도 적어내지 못했다.
하루는 진로 희망서에 '해적'이라고 적어서, 현도는 적지 못해서 담임 선생님에게 불려간다. 담임 선생님은 하루가 해적이 되고 싶은 이유를 듣더니 해양부 공무원이 딱이라며 추천하지만, 하루의 꿈을 바꾸지 못한다. 현도도 진로 희망서를 완성해 부모님의 사인을 받아올 것을 독촉 받는다.
꿈을 적어내는 것이 뭐라고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는 현도와, 이게 뭐라고 고민을 하는 현도를 바라보는 하루.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아낸다. 하루가 종이배를 바다에 띄우고, 이 과정을 현도가 카메라에 담아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꿈을 적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현도는 하루의 확신과 자신감에 영향을 받고, 두 사람의 꿈은 향한 도전이 시작됐다.
'구명조끼를 입은 해적 선장'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타인과 환경의 영향 보다는 자신의 용기와 확신이 필요하다는 하나의 메시지를 정 반대의 시선에서 시작해,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설정했다. 두 사람의 대화와 독백을 오가는 노래의 가사는 보는 이들에게 강렬하고 쉽게 인식되는 역할을 한다. 실제 뮤지컬 넘버처럼 완성도 높은 하루와 현도의 노래는 계속해서 듣고 싶어지게 만든다.
영화 자체가 짧은 시간 안에 꿈과 현실, 도전과 타협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마치 해적이 된 자신을 상상하던 하루의 눈빛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수많은 가로등 사이, 홀로 하얗게 빛나는 자신만의 색을 찾고자 하는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자신만의 꿈을 찾고 지켜나가는 용기를 가져다준다. 비록 종이배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꿈과 열정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구명조끼를 입은 해적선장'. 퍽퍽한 현실 속에서 낭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재치 있는 응원가다. 러닝타임 1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