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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투에 1억 넣어둔 교수…'감리담합 카르텔' 68명 무더기 기소


입력 2024.07.31 03:26 수정 2024.07.31 03:26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서울중앙지검, 공공건물 감리 입찰 담합 사건 수사…30일 68명 기소

수뢰 혐의 대학교수 포함 6명 및 뇌물 제공한 감리법인 대표 구속

5000억원 이르는 LH 용역서 낙찰자 미리 정하고 서로 들러리 서주는 방식으로 담합 혐의

일부 심사위원, 업체 경쟁 붙여 더 높은 뇌물 금액 제시하게 하기도

검찰 ⓒ연합뉴스

검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와 병원, 경찰서 등 공공건물의 감리 입찰에서 담합하고 낙찰 예정 업체가 용역을 수주받을 수 있도록 심사위원들에게 거액 금품을 제공한 일당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교수연구실 쓰레기봉투에 현금 1억4000만원을 넣어두거나 화장품 상자에 1억원을 넣어 집에 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는 공공건물 감리 입찰 담합과 금품 수수 사건을 수사해 68명을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가운데 수뢰 혐의 대학교수 등 6명과 뇌물을 준 감리법인 대표 중 1명은 구속됐다.


17개 감리업체와 소속 임원 19명은 지난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약 5000억원에 이르는 LH 용역 79건과 740억원 상당의 조달청 발주 용역 15건에서 낙찰자를 미리 정하고 서로 들러리를 서주는 등의 방식으로 담합(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LH가 공지하는 연간 발주계획을 기준으로 낙찰 물량을 나눴는데, 2020년에는 전체 물량의 약 70%를 담합업체가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와 LH는 최저가 낙찰로 감리 품질이 저하되거나 일부 업체에 낙찰이 편중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2019년 각각 심사위원 정성평가 비중을 늘리고 기술력 위주로 평가하는 '종합심사낙찰제'와 '상위업체간 컨소시엄 구성 제한' 규정을 도입했다.


검찰.ⓒ연합뉴스

하지만 업체들은 담합으로 경쟁을 피하고 상향된 낙찰액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에 쓰는 등 오히려 이를 담합 계기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 상당수는 심사위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감리업체로부터 '좋은 점수를 달라'는 청탁을 받고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8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전·현직 대학교수와 시청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등 18명과 뇌물을 공여한 감리업체 임원 20명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뇌물공여 등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뇌물 6억5000만원 상당액은 추징보전했다.


검찰은 "감리업체들이 LH 전관들로 이뤄진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군사작전 하듯이 일사불란하게 위원들에게 고액의 현금을 '인사비' 명목으로 지급해 공정이 생명인 공공입찰 심사 점수를 흥정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심사위원은 업체끼리 경쟁을 붙여 더 높은 뇌물 금액을 제시하게 하거나 경쟁사에 꼴찌 점수를 주고 웃돈을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러 업체로부터 동시에 돈을 받은 '양손잡이'도 있었다.


아내에게 "이제 일해서 돈 버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정년까지) 앞으로 9년 8개월 남았는데 죽어라고 심사하고 돈 벌어야지요", "여행 가려면 돈 벌어야 해요"라고 문자를 보내거나, 발주청에서 받은 자문 업무를 감리업체 직원에게 대신하게 한 심사위원 사례 등도 적발됐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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