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분쟁조정 4000건 넘어
"여전법상 책임 근거 불분명"
"자산 매각해 고객 보상해야"
티메프(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로 소비자 피해가 확산되는 와중 특히 액수가 큰 여행상품과 상품권의 환불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카드사의 책임 근거가 없는 까닭에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와의 갈등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불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의 불쾌지수만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티메프가 판매한 여행상품과 상품권에 대해 PG사가 법적으로 환불 의무가 있는 지에 대한 법리 검토에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상품은 배송여부로 환불 여부를 구분할 수 있지만, 여행상품이나 상품권의 경우 핀(PIN) 번호가 결제 즉시 소비자에게 제공됐기 때문에 환불 책임 주체가 모호한 상황이라 여신협회가 법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행상품과 상품권의 환불 여부는 당분간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품권의 경우 PIN 번호가 아예 발송되지 않았다면 용역·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PG사의 책임이 된다. 그러나 PIN 번호가 소비자에게 전송된 경우에는 소비자가 아직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판매 절차가 완료된 것으로 본다는 게 PG업계 주장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온라인을 통해 분쟁조정 신청을 받은 결과 티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권 환불을 못 받은 피해 고객의 집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4455건으로 나타났다.
PG업계 관계자는 "상품권은 기본적으로 PIN 번호가 발송된 이상, 계약 이행이 이미 완료됐다고 보아 보상 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된다"며 "여행상품의 경우 소비자가 카드를 통해 결제하고 여행상품 계약이 이뤄진 만큼, 카드사와 여행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PG사의 경우에만 자본 여력이 충분하고, 결제를 통해 카드사도 이득을 본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카드사는 이번 사태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니다.
여전법 제19조 7항에 따르면 PG사는 신용카드 회원 등이 거래 취소 또는 환불 등을 요구하는 경우 이에 따르도록 명시되어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PG사와 계약을 맺었으므로 티메프와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니"라며 "티메프와 PG사의 계약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카드사가 손실을 부담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오픈마켓에서 지급 결제 단계는 소비자→카드사→1차 PG사→2차 PG사→입점업체 순으로 진행된다. 1차 PG사에는 ▲KG이니시스 ▲한국정보통신(KICC)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페이먼츠 ▲스마트로 등이 속하고, 2차 PG사에는 인터넷 쇼핑몰로 '티메프'가 해당된다.
금융권 관계자도 "PG사가 카드사로부터 수수료 일부를 수취해 왔기 때문에 PG사가 리스크를 부담하는게 당연"하다며 "현 계약 구조상 카드사가 분담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의 경우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현재 할부결제 건에 한해 소비자에게 돈을 돌려주고 있다"며 "향후 PG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PG사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으면 '배임'에 해당하는 만큼,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도 지난달 29일 티메프 관련 PG사의 결제 취소 브리핑에서 "PG사가 티몬, 셀러 등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결제 리스크를 부담하는 게 맞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이번 사태는 2차 PG사(오픈마켓)→입점업체(판매자) 단계에서 정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발생했다. 판매자가 티메프로부터 정산금을 못 받자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고, 이에 소비자들은 카드 결제를 취소하려 했지만 PG사들이 결제 취소 자체를 막으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는 주장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티메프는 계약을 PG사와 했지, 카드사와 직접 한 게 아니"라며 "티메프 사태에서 카드사는 부담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PG사가 다른 자산을 매각해 소비자 보상에 임해야 한다"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경우 정부가 PG사의 자산매각을 나서야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