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하, 中 저가 물량 완화 등으로 시황 개선 기대
최근 후판가 인하,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 변수 발생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국내 철강업계의 '보릿고개'가 길어질 전망이다. 당초 업계는 올 하반기 업황 개선을 기대했지만 후판가 인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 수익성과 직결된 각종 변수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 기업들은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철강 부문 자회사 포스코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9조 2770억원, 영업이익은 418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9.9%, 영업이익은 50.3% 감소했다. 현대제철의 2분기 매출액은 연결 기준 6조 414억원, 영업이익은 98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4%, 78.9% 감소한 수치다.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배경은 글로벌 경기침체 및 중국 저가 철강 공세 등이 꼽힌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건설, 자동차 등 전방산업이 부진한 데 이어 중국이 자국내에서 소화 불가능한 물량을 싼값에 해외로 넘기며 수급 불안정이 생겨서다.
다만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 연준(Fed)이 이르면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친환경 규제에 따른 중국 내 철강 생산량 감소로 국내 수급 안정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하반기부터 실적 반등 기회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철강 부문의 경우 하반기부터는 고로 개수 작업 완료로 제품 생산량은 1분기 수준 이상으로 회복될 전망"이라며 "원료비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추가적인 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제철도 "전방 산업인 자동차, 특히 선박의 경우 국내 조선사가 현재 4년 이상 일감을 보유하고 있어 견조하다"면서 "전반적인 상황을 봤을 때 하반기는 상반기 대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전망에도 최근 철강업계의 대외 환경은 하반기 업황 개선 기대를 저버리는 악재로 둘러싸여 있다. 조선업계와 장기간 줄다리기 끝에 타결된 후판가 협상은 철강업계에 불리한 '소폭 인하'로 결정됐고, 오는 4분기 경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까지 대두된다.
철강사와 조선사는 통상 4~5월쯤 끝내왔던 상반기 협상을, 최근에야 매듭 지었다. 양측은 90만원 중후반대이던 1t당 가격을 90만원 초반대로 낮추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출의 10%대를 차지하는 후판가격의 인하는 철강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후판 가격은 지난 2022년 1t당 120만원대에 합의한 당시와 비교하면 이미 25%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다. 추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업황 부진에 수익성까지 악화돼 철강업계의 시름이 깊어질 수 있다.
4분기부터는 제품 원가 10~2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상업용) 인상도 예상된다. 현재 정부는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관계부처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11월 킬로와트시(㎾h)당 10.6원(계약전력 300㎾ 이상 기준) 인상돼 153.5원인 상태다.
철강업계는 전기료 ㎾h당 1원이 인상되면 연간 원가 부담은 제철소 규모에 따라 수십억원에서 백억 단위로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인상으로 확정된 건 아니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인상 결정은 철강사들에 적잖은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철강업계가 기대하던 하반기 업황 회복에 변수가 발생해 내년까지 긍정적 전망이 힘들 것이란 데 의견이 좁힌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은 "하반기 실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수익성 방어가 어렵게 환경이 변화하면서 철강업계의 올 하반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도 "당장 며칠 전만해도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변수가 생기니 긍정적 예측이 어려워졌다"며 "상황을 살펴보며 하반기를 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