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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으로 먹으면 최고인데" 꽃게로 고통받는 이탈리아


입력 2024.08.07 23:59 수정 2024.08.07 23:59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AP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가 조개 양식장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외래종 게 '푸른 꽃게(블루크랩)'의 확산을 막기 위해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했다.


6일(현지시간) 안사(ANSA), AFP 통신에 따르면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부 장관은 이날 로마에 있는 총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엔리코 카테리노를 푸른 꽃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푸른 꽃게에 대해 전략적 조처를 하지 않으면 전체 해양 생태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행정 경험이 풍부한 카테리노 위원장이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동북부 로비고·라벤나현에서 차례로 현감을 지낸 카테리노 위원장의 임기는 2026년까지다.


최근 수년간 대서양 연안에서 지중해로 유입된 푸른 꽃게는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봉골레 파스타에 들어가는 모시조개를 비롯해 홍합, 굴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현지 양식업자들을 폐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유럽 최대 조개 생산국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중국, 한국에 이어 세 번째다.


최대 농어민협회인 콜디레티는 푸른 꽃게가 이탈리아 동북부 베네토주와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 지금까지 약 1억유로(약 1500억원)의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조개 양식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약 290만유로(약 44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푸른 꽃게의 천적이 없어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이탈리아에서는 꽃게 요리가 대중적이지 않아 폐기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푸른 꽃게가 지금까지는 주로 이탈리아 동북부 지역 경제에 피해를 줬지만, 최근 바다 평균 수온 상승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여 비상이 걸렸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환경·에너지안보부 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아드리아해에서 푸른 꽃게의 개체 수를 줄이고 다른 지역으로의 대규모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푸른 꽃게가 처치 곤란한 종으로 취급받는다는 소식이 지난해 국내에 알려지면서 "어차피 버려지는 이탈리아 꽃게를 전부 수입해 간장게장을 만들자"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푸른 꽃게는 단백질과 지방함량이 높고 맛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에 사는 한 유튜버가 "직접 게장을 만들어보니 수율도 좋고 맛도 훌륭했다"는 동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이후 인천의 한 꽃게 수입업체는 주한이탈리아 상공회의소를 통해 현지의 꽃게 수출업체를 문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다만 현지 꽃게 가격은 국산과 비교해 훨씬 싸지만, 수입 과정에서 물류, 인건비 등이 많이 들어 실제 남는 게 많지 않아 적극적으로 수입에 나서기 힘들다는 게 수입업자들의 시각이다.


현재 e커머스 상에서 검색되는 이탈리아 냉동 푸른 꽃게의 소매가는 ㎏ 당 1만1000원대 수준으로, 1만5000~1만7000원대 수준인 연평도산 활꽃게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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