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개 TV홈쇼핑 송출수수료 약 2조원 “역대 최대”
유료방송사업자와 매년 갈등...“규제 풀어 숨통 틔워줘야”
홈쇼핑업계가 올 상반기 수익성 개선에도 울상을 짓고 있다.
고마진 상품 비중을 늘리고 시청 인구가 줄어드는 TV 대신 모바일 커머스를 확대하는 등 각고의 노력에도 수익성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송출수수료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4대(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GS샵, 롯데홈쇼핑) 주요 홈쇼핑업체의 총 영업이익은 1817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1268억원 대비 4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3001억원으로 3.1% 늘었다.
매출액은 롯데홈쇼핑을 제외하고 3곳이 늘었고, 영업이익은 4곳 모두 증가했다.
특히 롯데홈쇼핑은 346.7%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작년 2분기 새벽시간 영업정지에 따른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업계는 패션, 건기식 등 고마진 상품 비중을 늘리고 모바일 커머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개선했다.
하지만 실적 반등에도 분위기는 어둡다.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송출수수료 부담 때문이다.
TV홈쇼핑협회 최근 발표한 ‘TV홈쇼핑 산업 현황’에 따르면 작년 TV홈쇼핑 업체 7개 사의 총 송출수수료는 1조937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7개 사 총 매출액의 71.0%에 달하는 수준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3270억원으로 전년(5026억원) 대비 35.0% 줄었다. TV홈쇼핑 7개 사의 영업이익이 5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계속 상승하는 송출수수료에 부담이 크지만 뾰족한 해결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매년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지만 누구 하나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송출수수료가 홈쇼핑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되지만, 유료방송사업자에게는 유일한 매출이나 다름 없다.
갈등이 격화되면서 작년에는 현대홈쇼핑이 KT스카이라이프에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언제든 비슷한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업계 전반의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작년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10월엔 처음으로 대가검증협의체를 가동했는데 별 소득이 없었다.
대가검증협의체는 반복되는 송출수수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내놓은 제도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갈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강제성을 가진 중재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통해 수수료 산정 기준을 정하고 이에 맞춰 수수료율을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디어와 커머스 환경을 반영해 중소기업 제품 의무 편성 등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라이브커머스 등 새로운 방식의 채널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홈쇼핑업계에만 적용되는 중기 제품 의무 편성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 갈등의 근본 원인은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 모두 상황이 어렵다는데 있다”며 “온라인 시장이 커지지만 홈쇼핑 채널 또한 본연의 역할이 있는 만큼 규제를 풀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