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강요하고 회식비는 다른 직원들에게 떠넘겨
불참하면 '인사상 불이익' 언급하고 업무 결재 거부
부하들에게 회식 참석과 접대를 강요한 울산의 한 간부 공무원이 경미한 수준의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그에게 피해를 입은 일선 공무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연합뉴스 및 전국공무원노조 울산본부에 따르면 울산시 인사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울산 북구청 과장급 공무원 A씨에 대한 '견책' 처분을 의결했다. 견책은 당장의 지위나 보수에는 영향이 없지만 6개월간 승진을 제한하는 것으로, 공무원 징계 중 가장 경미한 수위다.
A씨는 지난 3년간 부하직원들에게 회식과 접대를 강요하고 업무 권한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시 인사위원회에 넘겨졌다.
그는 회식에 참석하지 않은 직원들의 통상적인 업무 결재를 거부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원 험담, 연가·병가·교육 신청 불허, 유관기관 접대 강요, 폭언, 고성, 부당한 업무 지시 및 사익 추구 등 악의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주도한 잦은 회식으로 인한 비용은 대부분 A씨가 아닌 직원들이 돈을 모아 지불했다. 직원들이 A씨 대리운전비를 대신 결제하거나, 다음 날 아침 해장용 커피를 구매해 전달하는 일도 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을 조사한 북구청은 A씨 인사권자인 울산시에 경징계 의견을 냈고, 결국 견책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당초 A씨의 괴롭힘 사실을 신고하며 중징계를 요구했던 노조는 '솜방망이 징계'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조사 과정에서 구청 감사팀 차원의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노조 관계자는 "감사팀장이 조사 첫날 노조에 연락해 인사 조처를 할 테니 사건을 덮을 수 있는지 물었다"며 "피해자들에게는 '신변이 보호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며 2차 가해를 자행했다"며 "이는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는 기관장이 "고생이 많다"며 격려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노조는 "북구청 팀장급 공무원 B씨도 별도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돼 동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그런데 구청 행사 자리에서 B씨를 만난 박천동 북구청장이 다른 직원들도 있는 자리에서 고생이 많다며 다독여줬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관행적 폐단을 바로잡아야 할 책임자가 오히려 폐단을 용인하는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라며 "북구청은 직원 보호 의지가 있다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북구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