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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 자격증 첫 시험 ‘흥행실패’…난이도·실기시험 등 혹평


입력 2024.08.14 13:00 수정 2024.08.19 11:49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오는 24일 전국 6개 권역 11곳에서 2급 첫 필기시험 치러져

응시자수는 2400명…다른 반려동물분야 자격증 보다 저조

본인 반려동물 필수 기준, 실기시험 난이도 등 혹평 이어져

어질리티(강아지 스포츠)를 하고 있는 반려동물. ⓒ뉴시스

올해 첫 시행된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자격증이 저조한 응시자 수와 더불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자격요건 등으로 혹평을 받고 있다. 야심차게 꺼내든 반려동물 국가자격증이 흥행 실패된 배경에는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 시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자격증은 반려동물 행동을 분석·평가·훈련하고, 소유자 등을 교육할 수 있는 전문가다. 반려동물 행동지도 및 관리 분야에 141개 민간자격(2023년 기준)이 있지만 각기 다른 기준으로 운영됐다.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자격제도 운영을 위해 국가자격제도가 신설됐다.


올해 2급 시험이 처음으로 치러지며, 필기시험장은 전국 6개 권역에 11개 시험장이 배치됐다. 1급 시험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올해 2급 첫 필기시험 응시자는 2400명이다. 반려동물 분야 자격증 중 첫 번째 국가자격증은 ‘동물보건사’다. 동물보건사 자격시험은 2021년 첫 시행됐으며, 당시 1회 시험에 3170명이 접수했다. 같은 반려동물 분야 자격증이지만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 시험 응시자가 약 800명 정도 낮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가구는 552만 가구, 인구수는 1262만 명에 달한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시대인 것과 대조적으로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증에 대한 관심도는 저조한 셈이다.


국가자격증에 대한 홍보도 부족해 보인다. 한 반려동물 커뮤니티에는 지난 7월 반려동물행동교정사 취득 방법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반려동물행동교정사 자격증을 따보려 하는데, 연맹과 센터 중 어디를 추천하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국가자격증 필기 시험이 한 달 뒤 치러지지만, 국가자격증 존재조차 몰랐던 것이다.


시험 기준, 실기시험 난이도 대한 혹평도 이어졌다. 본인(직계) 반려동물만 실기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준과 실기시험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국반려견훈련지도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앞서 3월 농식품부 청사 앞에서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실기시험 전문성 강화 요구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국가자격에 걸맞은 수준으로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직무 전문성을 검증하기 위한 철저한 평가 방안이 필요하며, 자격 제도 운영은 엄격한 기준과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경 한국반려동물진흥원 교육센터장은 “본인 반려동물로만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기준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가지고 있다”며 “의사가 치료하는 환자가 본인 가족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택시 기사가 내 가족만 손님을 태워야 하는 것도 아닌 것처럼, 반려동물행동지도사도 본인 반려동물로만 시험을 치러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 합리적인가”고 지적했다.


이어 “2급 실기시험 난이도는 간단한 훈련만 받으면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이는 민간훈련사에게 1~2개월 훈련 받으면 충분히 시험을 통과할 수 있어 보이는 수준”이라며 “민간훈련사에게 보내 기초훈련을 받은 반려동물을 데려와 국가자격증을 따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인(직계가족 포함) 반려동물만 가능하다는 기준도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동물등록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온라인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지인의 반려견을 자신에게 변경등록하고 시험 응시 후, 다시 명의를 돌릴 수도 있다”며 “동물등록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기준은 허점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자격시험 수요를 예측했을 때 2400~2500명 정도였다. 1회 2급 필기시험 응시자는 예측 수요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국가 자격을 부여받는 사람은 반려동물이 있어야 한다고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기시험 난이도 부분에선 의견 주셨던 분들에 대해 최종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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