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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리볼버', 계산하지 않고 연기한 첫 작품" [D:인터뷰]


입력 2024.08.19 11:33 수정 2024.08.19 11:3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박연진으로 불렸던 임지연. 그는 이름이 아닌 '연진이'라고 불려도 부담은 커녕, 박연진의 그늘을 걸어 나올 자신이 있었다. 이 자신감에는 노력으로 일궈낸 자신의 경험과 성취를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리볼버'의 정윤선 역시 그랬다.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임지연은 극중 하수영의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를 마담 정윤선을 연기했다.오랜 만에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제안이 왔고, 자신이 연기를 공부하며 동경해왔던 전도연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진 선물 같은 작품으로 임지연은 스크린 안에서 오로지 정윤선으로 서 있고 싶었다.


수학처럼 호흡까지 계산하며 연기해왔던 임지연은 '리볼버'를 통해 처음으로 공기와 흐름에 자신을 맡겼다. 처음 도전해 보는 작업 스타일 덕분에 '리볼버'를 마친 성취감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더 글로리' 연진이도 모든 걸 계산했던 연기였어요. 이번에도 윤선이를 그렇게 준비를 했었죠. 그런데 그렇게 준비를 해도 정말 연기 잘 하시는 선배님들 사이에서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 걱정과 불안감이 들더라고요. 잘하고 싶은데 많이 쫄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정말 어필이 될 수 있는 인물이 되면 좋겠다고 고민을 하는데 김종수 선배님이 '윤선이는 그냥 너야'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알을 깰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기회이지 않나 싶어 준비를 많이 하지 않고 연기해 볼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현장의 공기를 느끼고 그것에만 제대로 반응해 보자 싶었죠. 그렇게 작업한 첫 작품이라 성취감을 느껴요."


현장에 몸을 맡겼지만 정윤선이 '왜 그런 삶을 살게 됐을까'라는 전사는 이리 저리 고민해 봤다. 임지연은 오승욱 감독의 전작 '무뢰한'의 김혜경의 어린 시절에 정윤선처럼 톡톡 튀는 인물이지 않았을까란 생각에 닿았다.


"감독님은 정윤선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임석영과는 어떤 관계인지 답을 안 주셨어요. 그래도 나름 서사는 만들어야 하니 혼자 생각해 봤죠. 그래서 나온 것이 '무뢰한'의 어린 김혜경이 지금의 윤선같지 않았을까 싶었죠. 김혜경은 지하세계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이잖아요. 나쁜 짓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고, 그 사이에 임석용도 있었고요. 누군가를 이용하고 배신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여자인 거예요.스스로 그런 처지가 싫지만 그걸 당연하게 느끼는 마음으로 하수영에게 접근했는데 생각보다 쿨한 거죠. 그러면서 하수영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고 함께하면서 미묘하게 변해가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임지연은 표정을 잘 쓰는 배우다. 얼굴을 일그러뜨리거나 주름이 과하게 보일 정도로 웃기도 한다. 정제된 아름다운 보다는 오히려 표정을 다양하게 써 관객들에게 인물의 감정이나 상태를 전달할 때 자신이 더 예뻐 보인다고 고백하는 그다.


"일그러지는 제 얼굴이 예쁘더라고요. 하수영은 감정을 배제하지만 윤선이는 정확하게 표현하잖아요. 그게 윤선스러웠어요. 윤선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전달됐다면, 그런 표정들이 한 몫했던 것 같아요. 계산 안 하고 처음 했던 연기라고 말씀드렸었잖아요. 느끼는 대로 반응하니까 이런 자연스러운 얼굴이 나오면서 '나도 할 수 있구나'란 생각에 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임지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다니면서 자칭 '한예종 전도연'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밝힌 바 있다. 임지연 뿐만 아니라 전도연은 배우로 활동 중이거나 꿈꾸는 이들의 우상이다. 그런 전도연과 같은 현장에서 동등한 배우로 만나는 일은 짜릿하고 소중했다.


"전도연 선배님께 팬심은 최대한 표현하지 않고 멀리서 보며 배웠어요. 선배님 찍는 걸 제 연기보다 더 많이 봤어요. 매 순간이 배움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렸을 때 그렇게 존경한 선배님이지만 그 연기를 담고 싶은 후배가 아닌, 하수영과 정윤선의 인물로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어요."


누군가는 임지연에게 히트작 '더 글로리' 박연진이 넘어야 할 산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임지연은 "매번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 200%의 자신감이 있다"라고 강조하면서 "또 연진과 조금 비슷하면 어때요"라면서 너스레를 떤다.


"연진이라고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걸 알고 있어요. 앞으로도 제 이름 옆에 연진이란 이름이 같이 나올 것 같긴 해요. '또 연진이 같은 연기 하는거 아냐?'라는 시선도 있겠죠. 그런데 전 솔직히 걱정 안 돼요. 연진이처럼 안 보일 자신 있거든요. 일부러 연진이를 피하려는 생각도 없어요. 왜 부담을 갖고 피해야 하나 싶어요. 연진이로 너무 큰 사랑을 받았는 걸요."


지금은 충무로와 안방극장에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됐지만, 데뷔 초반 영화 '인간중독'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 제 모든 필모그래피가 소중해요. 그 작품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임지연이 호평받고 받는 것일 테니까요. 앞으로 혹평을 받을 수는 날도 있을 거예요. 성장하고 좌절하고 성취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이런 소중한 기회가 온 거라고 믿어요. 20대 때 연기가 너무 어려워 힘든 시절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연기에 대한 재능이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고요. 지금도 느껴요. 그래서 노력을 하는 거죠. 누구보다 대단한 재능은 없지만 노력하는 주연감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혼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죠. 그래도 꾸준히 저만의 커리어를 만들어 가려고 해요."


임지연은 한국 영화계에 자주 나올 수 없는 장르인 여성 서사의 누아르 '리볼버'가 탄생했다는 것만으로도 배우로서 뜻깊고 기쁘다. '리볼버'가 자신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게도 선물 같은 영화로 남길 바라고 있었다.


"한국 영화가 많이 사랑 받았으면 좋겠어요. '무뢰한'이 잔잔하고 고요하지만 심장을 때리는 영화였잖아요. 또 오랜 만에 전도연 선배님이 이런 영화를 만들어주셨다는 게 기뻐요. 흥행은 우리의 몫이 아니지만 후배로서, 관객으로서 '리볼버'의 매력을 온전히 느껴주셨으면 해요. 저도 언젠간 전도연 선배님처럼 두 시간의 러닝타임을 꽉 채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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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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