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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앞두고 고삐 풀린 가계부채 '경고등'…영끌족 '속앓이'


입력 2024.08.20 15:49 수정 2024.08.20 16:14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금융권 주담대 한 분기 만에 16조 늘어

내달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로 강화

수도권 중심으로 높아지는 '대출 문턱'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데일리안DB

가계 빚이 또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는 와중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막차를 타겠다는 수요까지 맞물린 결과다.


이를 관리하라는 정부의 압박에 시중은행들은 줄줄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다음 달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까지 시행되면서 대출 문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끌족은 물론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차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금융권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원으로 1분기 말보다 13조8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에 결제 전 카드대금 등 판매신용을 합한 지표로, 가계가 부담하는 포괄적 빚을 뜻한다.


가계 빚이 빠르게 불어난 건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주담대가 3개월 새 16조원이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주택매매 거래가 살아나며 집값이 들썩이자 주담대 수요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5만5760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월 대비 0.1% 증가한 4만3300건,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등 비아파트 거래량은 12% 감소한 1만2460건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거래 비중은 77.7%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은 주담대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며 가계부채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지난달부터 주담대 대출상품 금리를 올린 건 총 20차례에 달한다. 주요 은행이 주담대 가산금리를 한 달 반 사이 1%포인트(p) 가까이 인상하면서 2%대 금리를 제공했던 대출 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p 인상한다. 지난 7월 이후 다섯 번째다. 신한은행도 오는 21일 주담대 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3년 만기 금융채(은행채) 금리를 준거 금리로 삼는 대출 상품의 금리를 0.05%p(1년물 상품은 0.1%p 인상) 인상키로 했다.


하나은행은 22일부터 모바일 전용 주담대 상품(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의 감면(우대) 금리를 0.6%p 축소할 예정이다. 우대금리를 축소하면 금리 인상 효과로 이어진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당국 압박에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내려 인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실수요 차주들의 매달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이전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대출을 받았던 차주들의 경우 금리 갱신 주기에 따라 이자 부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 문제는 다음 달 1일부터 스트레스DSR 2단계가 적용되는 점이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시행하고 있는 1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는 나중에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가정하고 미리 대출 한도를 줄이는 규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DSR 규제에 따르면, 소득이 같을 경우 금리가 높을수록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장들을 만나 가계빚을 비롯해 소상공인 부채 해결을 위해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상환 능력을 파악해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 은행권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9월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할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상반기부터 늘어난 데 대해 경각심을 갖고 은행권과 정부가 합심해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권 자율적으로 상환능력, 즉 DSR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체계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는 2단계 스트레스DSR을 시행하면서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금리를 0.75%p 대신 1.2%p로 상향 적용하기로 했다.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 더 높게 적용해 대출 한도를 더 조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높여도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주담대 평균 3~4%대 수준”이라며 “이달 말까지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더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당국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강화 정책이 추가되거나 문턱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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