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영재학교 졸업생 중 4대 과기원 입학자 36.9%
SKY 입학자 29.7%…“의대 선호, 지방대학 기피 현상”
올해 의대 증원으로 이공계 기피현상 가속화 우려 나와
“대학 진학부터 진로까지 지원하는 중장기적 방안 필요”
의과대학 증원에 따라 이공계 학생 모집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공계 대학 기피현상 해소부터 우수 인력 양성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대학 진학 결정부터 진로까지 지원할 수 있는 중장기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1일 종로학원이 최근 발표한 ‘전국 4년제 대학 신입생 출신 고교 유형’을 분석한 결과 올해 과학고와 영재학교 졸업생 2773명 중 이공계 특성화대학(4대 과학기술원, 포항공대, 한전공대)에 진학한 신입생은 1024명(36.9%)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1094명, 40.7%)보다 약 6%(70명) 감소한 수치다.
서울대 등 소위 SKY에 진학한 과학고·영재학교 출신은 825명(29.7%)으로 조사됐으며, 전년(825명, 29.7%)보다 39명 늘었다.
과학고 졸업 후 이공계열로 진학하지 않으면 ‘장학금 몰수’ 등 불이익이 있음에도 수도권에 있는 이공계열 외 의대 등에 진학한 이들이 늘어났을 거란 분석이다.
종로학원 측은 “과학고와 영재학교 출신 학생 이공계 특성화대학 진학 감소는 의대 선호 및 지방 소재 대학 기피 현상과 연결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도 이공계 계열 기피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의대 증원에 따른 이공계 기피현상 심화에 대한 질문에 “의대 모집인원이 2000명 늘어나면, 상당히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모집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때 현장에서도 의대 증원에 따른 이공계 우수 인재 모집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공계 위기는 ‘양’이 아닌 ‘질’이 문제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이공계 질적 위기, 우수인재 의학계열 선호 현상 가속화’ 보고서에 따르면, 의학계열 선호는 일정 부분 인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공계 위기는 양이 아닌 질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공계 위기는 2000년대 초반에도 있었으며, 그때와 현재 모두 이공계 위기 본질인 ‘이공계 인력이 되고자하는 인력’ 위기라고 분석했다. 인재 확보 위기는 전체 과학기술인력이 아닌 최상위 인력 문제라는 얘기다.
때문에 최우수인재에 대해서는 경력개발 안정성과 역동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주장했다. 핵심인재는 학부-대학원-박사후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이어지는 경로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저자인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우수학생 이공계 유입 촉진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공계를 선택한 인재에 대한 교육 질 제고와 함께 최상위 인재 경력 경로를 더욱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혜선 부연구위원도 “학생들 진로 선택을 보면 이 일자리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안정적인지, 고소득인지를 고려한다”며 “이공계 전반에 대해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중장기적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