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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절반 한경협 회비 납부했지만…"정경유착 고리" 우려에 삼성 '불투명'


입력 2024.08.26 15:23 수정 2024.08.26 15:23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현대차 이어 SK도 한경협 실질적 회원사로…LG는 '신중 모드' 여전

준감위원장, 김병준 상근고문 "결단해야" 강경 모드…공은 한경협으로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SK서린빌딩,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LG트윈타워(출처 :각사)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SK그룹이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 회비를 납부하면서 한경협은 4대그룹 절반을 한경협 '실질 회원'으로 두게 됐다.


그러나 LG그룹이 여전히 "내부 검토" 입장을 유지중인데다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가 정경유착 고리 청산을 이유로 사실상 김병준 전 전경련(현 한경협) 직무대행 사퇴를 요구하면서 4대 그룹 전체 합류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한경협에 연회비(35억원)를 낸 4대 그룹은 현대차그룹과 SK그룹 두 곳이다. 현대차그룹이 7월 초, SK그룹이 지난주 회비 납부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대 그룹을 회원사로 둔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한경협에 흡수 통합되면서 4대 그룹은 형식상 한경협에 재합류했었다.


이후 한경협은 지난 3월 말 삼성을 포함한 427개 회원사에 새로 개편한 회비 체계 관련 납부 공문을 발송했다. 삼성그룹·현대차그룹 등 4대 그룹이 속한 제1그룹의 회비는 각 35억원이다.


SK그룹의 종전 한경연 회원사는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4곳이다. 다만 SK그룹 내부적으로 논의 끝에 SK네트웍스 대신 SK하이닉스가 한경협에 합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내 한경협 회원사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총 5곳이다.


LG그룹은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중이다. 회비 납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이 보다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준감위는 지난 7월 정례회의에서 한경협 회비 납부 안건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짓지 못했다.


삼성은 준감위가 지난해 8월 발표한 한경협 가입 권고안에 따라 회비 납부 전 준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회계 투명성 확보 방안 등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준감위의 정경유착 우려 해소에 대한 의구심 제기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8월 정례회의를 앞두고는 분위기가 훨씬 더 강경해졌다. 삼성 준감위원장이 "(김병준 한경협 상근고문이) 결단해야 한다"며 작심발언을 한 것이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정경유착의 고리 끊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그렇게 평가받고 있는 분이 경제단체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할 뿐만 아니라 임기 후에도 계속 남아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연 한경협이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지 저는 회의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인 출신이 계속 남아 어떤 특정한 업무를 한다면 유해한 것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해도 회원 회비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예우를 받는다는 건 무익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김 전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류진 회장이 새로 취임한 뒤에도 고문으로 한경협에 남았다.


김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당선인 시절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류 회장은 김 고문을 두고 "이번은 예외"라며 "앞으로는 정치인을 고문으로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한경협의 특정한 자리가 정경유착 전리품이 돼 여야를 바꾸더라도 항상 그 자리가 이번 한 번만 예외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자리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한 번의 원칙이 무너지는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쉽다. 그런데 그 원칙을 다시 회복하려고 하면 불가능하거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에 대한 삼성 준감위의 거취 결단 촉구와 관련해 한경협 차원에서는 별도 입장 발표는 없을 전망이다. 대신 삼성을 포함한 주요 그룹사들의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직접 관여 보다는 관망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경협은 전경련 시절인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로 여론이 악화되자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는 수난을 겪었다. 위상이 쪼그라든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주요 행사에 대부분 '패싱'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후 한경협은 지난해 8월 전경련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기관 명칭을 공식 변경하고 새 회장에 류진 풍산 회장을 추대했다. 한경연 회원사로 남아 있던 4대 그룹 일부 계열사도 한경협으로 회원 자격이 승계됐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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