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평가 강화되며 부실 규모 2배 확대
3조5000억 규모 사업장 대거 경·공매로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인낸싱(PF) 사업성 재평가가 일단락되면서 저축은행의 PF 구조조정도 본격화 할 전망이다. 실제 평가 결과가 높게 나오면서 저축은행이 정리해야 할 부실 사업장 규모도 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금감원은 지난 6월 말 연체 등 부실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 대해 개선된 사업성 평가 기준을 우선 적용, 사업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대상 사업장은 6월 기준 연체, 연체유예 또는 만기연장 3회 이상인 곳으로 전체 규모는 33조7000억원이다.
그 결과 1차 평가대상 중 부실 규모는 21조원으로 전체 PF 익스포져(216조5000억원)의 9.7%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저축은행의 PF 부실 규모는 4조5000억원으로 당초 업계가 추산한 규모의 2배를 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저축은행의 PF 부실 규모는 각각 유의 사업장이 1조4000억원, 부실 우려 사업장이 3조5000억원이다. 이에 따른 충당금 적립액은 1조6000억원 늘어났으며, PF고정이하여신비율도 급증했다. 저축은행의 PF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10.9%였는데, 6월말 기준 29.7%로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저축은행은 유의와 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에 대해 다음달 6일까지 재구조화와 정리계획을 확정해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9월말부터 사후관리 이행 실적을 점검한다. 3개월 이상 연체된 사업장은 1개월 마다 6개월 안에 공매를 완료해야 한다. 공매 과정에서 유찰되면 다음번에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더 낮춰야 한다.
이에 따라 3조5000억원의 부실 우려로 판명된 사업장이 대거 경·공매 물량으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업계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경·공매를 원칙으로 부실 사업장을 신속 정리해 이자비용 등 추가 손실을 최소화 할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은 저축은행들이 금리 인하, 부동산 경기 회복 등을 기대하며 부실 PF정리를 늦추고 있다며 경·공매를 압박해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방송에 출연해 저축은행의 경·공매 버티기를 겨냥해 "심하게 얘기하면 일종의 분식회계로 금감원이 매각을 유도하겠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다만 무더기로 경·공매 물량이 쏟아질 경우 매수자들이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관망할 수 있어 저축은행으로선 가격 손실이 커진다. 경·공매가 실제 원활하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다수 부실우려 사업장은 이미 경·공매가 진행중이고 사업장별 대출 만기 도래 시점에 따라 경·공매 출회 시기가 분산되므로, 경·공매 매물이 일시에 집중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온도는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PF 부실 규모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만큼 부실 사업장을 빨리 처리하라는 당국의 메시지 아니겠냐"면서도 "법원이나 신탁사에서 소화 가능한 물량과 인력은 한정적인데, 행정적인 절차 등으로 경·공매 진행이 늦어져 장기적으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부실사업장 처리는 경·공매가 우선"이라며 "하반기 부실사업장이 경·공매에서 낙찰되면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