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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주담대 급증하더니…'高 LTV' 대출도 '꿈틀'


입력 2024.09.02 06:00 수정 2024.09.02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국민·신한銀 올해만 20% 넘게 늘어

가계부채 증가에 규제 완화 '부채질'

금리 인하 가시화로 상황 악화 우려

가계부채 증가 이미지. ⓒ연합뉴스

은행 주택담보대출에서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는 이른바 고(高) LTV 대출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주담대가 최근 들어 계속 몸집을 불리면서, 잠재된 위험이 큰 고 LTV 대출도 함께 꿈틀대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 이같은 흐름을 더욱 부채질한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조만간 금리 인하까지 가시화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나간 주택담보대출 중 LTV가 60% 이상부터 100% 미만인 잔액은 총 53조664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1.0% 늘었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 가치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주담대에서 담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LTV 60~100% 주담대가 28조764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6.9% 증가했다. 신한은행 역시 24조8996억원으로 해당 금액이 14.8% 늘었다.


금융당국은 2018년부터 이처럼 LTV가 60%를 넘는 주담대를 고 LTV 대출로 분류하고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2020년부터는 은행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LTV 60% 초과 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최대 두 배까지 높이도록 했다. LTV가 높아 잠재 리스크가 큰 대출인 만큼, 자본을 더 쌓으라는 취지에서다.


그럼에도 최근 고 LTV 주담대가 확대되고 있는 배경에는 대출 시장 전반의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다. 주담대 전체 파이가 커지면서 고 LTV 대출도 함께 쌓이는 형국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은행권의 주담대 잔액은 88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2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이처럼 급증하는 주담대는 가계대출 전반의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20조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5조9000억원 늘었다. 올해 3월 1조7000억원 감소를 기록하며 1년 만에 뒷걸음쳤다가, 4월 들어 5조원 증가로 반등한 뒤 지난 달까지 넉 달째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느슨해진 규제도 고 LTV 주담대를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위는 2022년 12월부터 부동산 규제지역 내 지역별·주택가격별로 차등화 돼있던 LTV 규제를 50%로 일원화했다. 그 전까지 기존 주택 처분 조건부로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비규제지역에서는 70%, 규제지역에서는 20~50%의 LTV를 적용받았다. 다주택자의 경우 비규제지역 LTV는 60%, 규제지역은 0%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부동산 규제 차원에서 은행권을 향해 LTV가 높은 대출을 자제하라고 주문해 왔다. 주택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돈을 줄임으로써 집값을 잡겠다는 심산이었다.


은행권의 고 LTV 주담대는 향후 더 확대될 공산이 크다. 올해 연말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고금리 시기 동안 묶여 있던 대출 수요에 다시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들어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게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여신 전반의 건전성이 크게 나빠진 와중, 고 LTV 주담대까지 늘어나는 건 시장에 부담"이라며 "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 수요에 대비해 보다 세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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