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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저축은행 부실채권만 5조5000억…자본력 '발목'


입력 2024.09.03 06:00 수정 2024.09.03 06:0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PF 후폭풍' 1년 만에 1.5배 급증

상상인·페퍼 부실채권비율 20%

4개사 BIS비율 권고치 밑돌기도

금융당국 조치 나서나 '예의주시'

저축은행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주요 저축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이 한 해 동안에만 2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5조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따라 강화된 사업성 평가 기준이 적용되며, 부실로 분류된 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다.


이처럼 몸집을 불린 리스크에 발목을 잡히면서 일부 저축은행들은 자본력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업계의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자산 기준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페퍼·다올·신한·상상인·OSB 등 상위 10개 저축은행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5조48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8%(1조9411억원)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실상 떼인 돈이다. 금융사는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OK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이 1조3776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6.5%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SBI저축은행은 7680억원으로 같은 기간 21.92% 늘며 그 다음으로 높았다.


이어 ▲한국투자저축은행(6598억원) ▲웰컴저축은행(5887억원) ▲페퍼저축은행(5426억원) ▲상상인저축은행(4068억원) ▲애큐온저축은행(3314억원) ▲다올저축은행(3274억원) ▲OSB저축은행(2804억원) ▲신한저축은행(2033억원) 등이 고정이하여신 액수 상위 10개 저축은행으로 집계됐다. 신한저축은행은 고정이하여신액은 2000억원대로 가장 적었지만, 1년 전보다 132. 1%가 급증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부실채권이 대폭 늘어나다보니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넘어가는 저축은행이 5곳이나 있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6월 10.67%에서 1년만에 20.43%까지 치솟았다. 페퍼저축은행은 7.33%에서 19.15%로 급등했다. 이 외 OSB저축은행 14.18%, 웰컴저축은행 13.02%, OK저축은행 11.99%였다.


특히 10대 저축은행은 PF 평가 기준이 엄격해지며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분류여신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저축은행의 2분기 말 기준 고정 여신은 125%(1조8428억원)까지 늘어났지만, 부실여신(회수의문과 추정손실의 합계액)은 2조1686억원으로 전년 반기 대비 4.8% 증가하는데 그쳤다.


회수의문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그 손실액을 확정할 수 없거나 회수 예상금액을 초과하는 여신이다. 추정손실여신은 회수가 불가능해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여신이다. 저축은행업계의 부실채권은 대폭 확대됐지만 그 와중에도 경공매나 PF 펀드 매각 등으로 악성 채권을 털어내며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며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늘어나다보니, 전체 저축은행업계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지난해보다 4000억원 가량 늘며 2조3285억원까지 증가했다.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상반기 3800억원대의 적자를 시현했다.


저축은행들이 보수적으로 대출을 취급하면서 상반기 총자산은 120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26조6000억원) 대비 6조5000억원(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신은 100조9000억원으로 6조3000억원(5.9%) 줄었다.


자본적적성에 적신호가 켜진 곳들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권고치를 밑돈 상상인·상상인플러스·라온·바로저축은행 등 4곳에 자본조달계획을 요구했다.


BIS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저축은행의 BIS 규제비율은 자산 1조원 미만은 7%, 1조원 이상은 8%가 적용되는데, 금융당국은 자산 1조원 미만은 10%, 1조원 이상은 11%를 넘기도록 권고하고 있다.


자산 1조원 이상인 상상인과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의 BIS비율은 각각 10.45%, 9.72%, 바로저축은행은 10.67%이었으며 자산 1조원 미만인 라온은 9.01%로 권고치를 밑돌았다.


자산건전성이 크게 나빠진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금감원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저축은행들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다만 금감원은 "적기시정조치는 경영실태 평가결과와 금융회사가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의 타당성 등을 검토해 결정될 사항"이라며 "아직 조치 여부 및 시기 등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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