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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러시아 스파이라고?" 의심받은 흰돌고래의 최후


입력 2024.09.02 21:41 수정 2024.09.02 21:43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AFP 연합뉴스

수상한 장비를 매달고 다닌 채 몇 년 전 북유럽 바다에 나타나 '러시아 스파이'로 의심받았던 흰돌고래(벨루가)가 노르웨이 바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발디미르'라는 별명으로 불린 흰돌고래의 사체가 노르웨이 남서쪽 리사비카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발디미르를 관찰해온 단체 '마린 마인드'의 창립자 세바스티안 스트란드는 "발디미르가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한 지 하루 만에 움직임 없이 물에 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초기 검안에서 눈에 띄는 부상은 없었다"면서 "부검을 통해 사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흰돌고래의 수명은 40∼60년으로, 발디미르는 14∼15세로 추정됐다. 몸길이는 4.2m, 무게는 1225㎏ 정도다.


발디미르는 2019년 봄에 노르웨이 북부 핀마르크 지역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발디미르의 몸통에는 액션캠을 끼울 수 있는 장치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로 표시된 띠가 부착돼 있어 러시아 해군의 스파이 훈련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노르웨이 당국은 이 돌고래에게 노르웨이어로 '고래'(Hval)를 러시아식 이름으로 변형해 '발디미르'(Hvaldimir)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띠를 제거해줬다. 발디미르와 관련해 러시아는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발디미르는 지난 5년간 노르웨이와 스웨덴 해안에 자주 나타났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였고 수신호에 반응하는 등 사람 손을 탄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마린 마인드는 전했다.


마린 마인드는 1일 페이스북에 낸 추모사에서 "지난 5년간 발디미르는 수만 명에게 감동을 줬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줬다"며 "발디미르는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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