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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장 '신호탄'…은행 CEO 인사 시즌 '개막'


입력 2024.09.04 06:00 수정 2024.09.04 08:37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5대銀 수장들 모두 올해 말 임기 만료 예고

지배구조 가이드 따라 이달부터 승계 절차

역대급 실적에도 횡령·부당대출 등 '암초'

우리(왼쪽부터)·신한·KB국민·하나·NH농협·Sh수협은행 본점 전경. ⓒ각 사

주요 은행장들이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본격적인 인사 시즌에 돌입했다.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연임 혹은 교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마련한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따라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대부분의 은행장들의 임기가 연장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연임이나 잇따른 금융사고로 일부는 거취가 불투명하다. 첫 타자는 Sh수협은행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오는 5일까지 차기 행장 선출을 위한 서류접수를 받는다. 강신숙 현 수협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17일까지다. 수협은행은 특수은행이지만 은행장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연임 도전 의사를 표명한 강 행장은 '고졸 출신 영업통', '최초'와 '최연소'의 역사를 쓴 입지적 인물이다. 실적 평가는 긍정적이다. 지난해 세전 303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순익 3000억 시대를 열었다. 올해 상반기 세전 순이익은 18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


다만 목표했던 인수합병(M&A)을 통한 지주사 전환 과제는 달성하지 못했다. 증권·캐피탈, 자산운용사들의 건전성 악화와 타 은행 대비 열악한 자본적정성 등이 지주사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의 의중이다. 행추위 인사 5명 가운데 2명은 수협중앙회 인사이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코드 인사'를 펼칠 경우 강 행장의 연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부통제에 대해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금융당국의 기조도 변수다. 단 수협은 해양수산부에서도 감독권을 갖고 있어, 금감원의 입김이 작용하는데는 제한적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CEO들의 임기는 모두 올해 12월 31일 만료된다. 고금리 기조에서 실적만 놓고 보면 대부분 연임에 무게가 실리지만, '금융사고 책임론'이 일고 있는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CEO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금융은 이달 말 자회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 행장이 이달 말까지 거취를 언급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롱리스트에 포함돼 행장 후보에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 6월 직원의 180억원대 횡령 사고에 이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문제는 조 행장 취임 이후에도 대출이 이어진 데다 부실확인 이후에도 금융당국에 '늑장 보고'를 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급기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방송에 나와 부당 대출 관련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향후 조 행장을 향한 제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금감원의 검사 뿐만 아니라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있다.


농협은행에서도 100억원대 직원 횡령 사고가 발생하는 등 올해에만 총 4차례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 은행의 경영 전반과 지배구조 취약점을 종합 진단하기 위한 정기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정기검사 결과도 이석용 농협은행장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5월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한 계열사 대표이사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인사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강 회장의 밝힌 인사 원칙이 적용된다면 이 행장은 물론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연임이 녹록지 않을 예정이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5대 은행장 중 유일하게 3연임에 도전한다. 통상 시중은행장은 기본 2년 임기에 추가로 1년을 더해 3년의 임기가 주어진다. 경영 성과 등 재연임 근거는 충분하지만,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의 중심에 있다는 점과 금융당국이 CEO의 장기 집권을 경계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박종복 행장이 퇴임을 선언한 SC제일은행도 이달 임추위를 개최한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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