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부회장…류광후 변호사 기고
방문진 이사들의 임명효력정지를 결정한 행정법원 12부의 결정문(5쪽)에서 예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유사 판례와 사안들은 민사 법리가 적용되는 것, 즉 구(舊)이사와 신(新)이사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필요에 의해 ‘긴급처리권’을 부여한데 불과하고 이 번 사건의 본질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우리 나라 방송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그 의결로서 공영방송 등의 이사를 선임할 권한을 갖는 방문진 이사를 선임한 것이라서 사인(私人)간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한 사례들과는 아예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번 집행정지 인용 결정은 사법부가 행정부의 전문적 견해나 직무에 대해서는 가급적 관여하지 않고 존중한다는 '사법소극주의'를 깨고 권력분립원칙(check and balance)을 침해하여 방송정책을 펼쳐나갈 큰 틀인 방문진 이사 구성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다.
더욱이 신청인들이 본안에서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방통위 2인 체제는 애초에 추천권이 있는 국회 다수 야당의 MBC 등 이념 동지적 방송사의 우호적 세력 유지를 목적으로 한 의도적인 ‘권한 행사 해태’에서 초래된 것임을 감안하면 법원의 정파적인 결정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2인 방통위원 사태를 초래한 당사자가 그 상황을 위법하다면서 법원에 무효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한다는 것은 ‘자초위난’에 해당하여 그 구제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방문진법 제6조제2항에도 " ~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임기가 끝난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방문진 이사의 결원이 충원되어 새 이사가 임명되면 구 이사의 임기는 끝난 것이고 예외적으로 결원이 충원될 때까지만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적법하고 유효하게' 선임되지 않았으면 법문의 규정과 달리 후임 이사가 임명되었어도 임기가 만료되지 않는다(결정문 11/20쪽)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후임 이사에 대해 '적법하지 않고 유효하지 않게' 임명되었다는 이유를 내세워 임명 무효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 제기되면 마치 집행 부정지 원칙의 예외인 집행정지의 결정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법 조항에 없는 '적법하고 유효한 '이라는 구성요건을 새로 집어넣어 해석함으로써 사실상 입법을 한 것이고 앞으로 있을 본안 판결을 선취(preemption)하는 것과도 다름없다.
방통위 의결은 방통위법 제13조 제2항에 따라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한바, '재적위원'이란 정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의결할 당시 의결에 임할 수 있는 위원 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정원 299명 중 자격상실, 사망, 재판 등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의원이 5명이라면 재적의원은 294명인 것이다.
따라서 방통위원이 전부 결원이던 2024.7.30.까지는 재적위원이 없었던 것이 2024.7.31.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임명됨으로써 재적위원이 2명이 된 것이다. 그 2명이 방통위원회법 제13조제2항에 따라 과반수인 2명의 의결로 새 방문진 이사를 선임한 것이니 실체적으로도 적법하다.
만약 2인 체제가 적법하지 않다면 거대 야당이 왜 위원장을 계속해서 탄핵소추 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물어보나 마나 1인 체제로 만들어서 방통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이고 그 시도 자체가 2인 체제라면 적법하여 의결 등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자신들도 2인 체제가 적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막상 새 방문진 이사들 선임 시기가 되어서 2명의 방통위 상임위원이 이들을 실제로 선임하자 어쩔 수 없이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고 집행정지신청을 했는데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인용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구 이사들은 법조문 해석상 신 이사선임에 대해 사실상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질 뿐이고 법률상 이익은 없다. 방통위 나머지 3인의 상임위원들이 의결권 침해를 이유로 2인의 선임행위에 대해 소를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있지만 애초에 다수 야당이 추천조차 하지 않아 궐위이므로 원고적격자가 없다 보니 구 이사들이 원고로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 이에 대해서도 구 이사들의 ‘이사선임무효확인의소’에서나 인정할 수 있을까 모를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고 신청을 인용하였으니 할 말이 없다.
집행정지 결정을 얻는다는 것은 곧 구 이사의 임기가 무효.취소의 본안소송이 기각되거나 인용되어 종결될 때까지 임기가 무한히 연장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럴 경우 법원은 집행정지 인용 없이 본안까지 가서 본안이 인용되었을 때와 집행정지를 인용했는데 본안에서 기각되었을 때의 각각의 이익과 불이익을 비교 형량해서 집행정지 인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행정처분에는 첫째, 행정의 계속성의 보장을 위한 구성요건적 효력(공정력)이 주어지는 점, 둘째, 원칙적으로 무효.취소의 소 제기에도 불구하고 '집행 부정지 원칙'이 적용되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본안에 그 판단을 미루었어야 했음에도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집행정지신청인들의 배후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세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사실상 우리나라 방송정책을 그들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할 이념적 하수인들을 방통위 이사로 임명했던 것이고 그것을 공영방송 본연의 자리로 되돌리고자 하는 과정에서 현 정부가 거대 야당의 재 뿌리기식으로 거듭된 방통위원장 탄핵소추 등의 난관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세 번째로 7월 31일 위원장을 임명하였던 것이다.
미리 준비한 자료들에 의해 7월 31일 당일 새 방문진 이사들을 선임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자초한 상황으로서 방통위의 새 방문진 이사 선임은 그야말로 ’자구행위‘에 해당한다. 그 이틀 뒤인 8월 2일에 또 방통위원장을 탄핵소추의결한 것만 보더라도 어쩔 수 없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번 집행정지결정에서 법원이 명백히 정파적인 견지에서 제기된 집행정지신청임을 쉽게 알 수 있음에도 견강부회 끝에 노골적으로 파당적 입장에 섬으로써 법원에 대한 신뢰상실과 함께 구 체제(?)의 무한한 연장을 사법의 이름으로 거들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