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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밸류업 공시 참여율 ‘1%’...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해외로?


입력 2024.09.06 08:00 수정 2024.09.06 08:00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프로그램 3개월 경과...2595곳 중 34곳 참여 그쳐

실질적 성과 미미한데 무리한 홍보만 급급 지적도

기업 동참 요청에도 반응 미지근...첫 단추부터 ‘삐걱’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11일 서울사옥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한국거래소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한 지 100일이 넘었음에도 국내 상장사들의 밸류업 공시 참여가 1%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한 상황이다.


정작 국내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으로 정책을 주도해야 할 주체 중 하나인 한국거래소가 제대로 된 성과는 내지 못하면서 정은보 이사장의 해외 출장을 무리하게 홍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본격 가동한 지난 5월 27일부터 전날(5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자율공시한 기업은 모두 12곳(총 14건)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증시 전체 상장사 수(2595곳)의 0.46%로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밸류업 자율공시를 하겠다고 예고(안내공시)한 상장사(22곳·예고 후 계획 공시한 기업 중복 제외)를 합쳐도 총 34곳에 그치고 있고 참여율 역시 1.31%로 지지부진하다. 이마저도 기업들의 공시 내용이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속 빈 강정’이란 지적도 나오는 상태다.


공시가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기업들의 참여도는 여전히 미진한 셈이다. 상장사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밝히는 밸류업 공시는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올해 2월 거래소 이사장으로 선임된 정 이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의 참여를 강조해왔다. 그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동되자 직접 기업들을 만나며 적극적인 밸류업 공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지난 6월에 코스피 상장 금융회사 10개사의 재무·공시담당 임원(13일)과 중견기업의 재무 담당 임원(26일)을 잇달아 만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때 만난 기업들 중 일부는 실제 기획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성과는 미진했다. 지난 7월 11일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재무 실적과 기술력이 인정되고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으로 구성) 소속 49곳의 상장사 중 10곳의 재무 담당 임원, 지난달 23일에는 10대 그룹 상장기업 재무담당 임원들을 연이어 만났지만 포스코홀딩스와 LG만 본 공시가 아닌 예고 공시를 올렸을 뿐이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6월 2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만다린 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K-밸류업 글로벌 로드쇼 행사에 참석해 투자자들과 기업 밸류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한국거래소

그동안 수장인 정 이사장까지 나서 기업들을 만나 참여를 독려했음에도 지금까지 1%대 참여율이라는 민망한 수치를 받아들 정도로 성과가 미진하다는 점은 거래소로서도 부담이다.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이사장은 지난 5월부터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꾸준히 해외 출장길에도 오르고 있다. 지난 5월 일본·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6월에는 홍콩·싱가포르를 찾았고 이달에도 아랍에미리트(UAE)·영국 등을 방문하기 위해 지난 1일 출국했다.


해당 국가의 거래소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하고 밸류업 순회 설명회(로드쇼)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출장 일정이 이뤄진다. 설명회에는 글로벌 자산 운용사와 투자은행(IB) 등 주요 기관 투자가 등이 초청된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과 당국의 세제지원 내용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시장 참여 확대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해외에서 전개하는 밸류업 마케팅 활동이 국내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 동력으로 어느 정도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만큼이나 해외에서 밸류업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밸류업의 첫 단계인 공시부터 부진하다는 점은 되짚어 봐야 할 대목이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정 이사장은 이번 출장에서도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K-밸류업 글로벌 로드쇼’ 행사에 참석했는데 향후 얼마나 성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특히 거래소는 밸류업 성과가 미미한 것이 현실임에도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 2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거래소는 밸류업 세일즈 이벤트를 열고 글로벌 주요 금융 허브에 소재한 100개 이상의 투자기관과 직접 소통했다”고 그간의 성과를 설명했는데 참여율 1%라는 수치는 이러한 설명을 무색하게 한다.


결국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성과가 미미한 상황에서 자화자찬하는 홍보 활동에만 치우쳐 밸류업 조기 확산의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같은 우려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12곳) 중 절반 이상이 금융업종(7곳·에프앤가이드 포함)으로 향후 발표될 밸류업 지수와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에서 균형감 있게 업종별 종목들로 구성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과도 연결돼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조만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하고 연내 밸류업 ETF 등도 출시할 예정이지만 관련 기대감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밸류업 정책과 프로그램 도입 초기에 거래소와 정 이사장이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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