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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료 폭등, 영화관의 미래는?


입력 2024.09.07 07:07 수정 2024.09.07 09:35        데스크 (desk@dailian.co.kr)

ⓒ데일리안 DB

우리 사회에서 영화 관람료가 아주 민감한 이슈가 됐다. 2019년에 주말 기준으로 평균 1만 2000원 정도 했던 관람료는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 매년 1000원씩 올라 현재 1만 5000원이 됐다. 단기간에 25% 가량 오른 셈이다. 2010년 이래 영화 관람료는 평균 4년 주기로 1000원씩 올랐었다. 그랬던 것이 코로나 사태를 맞아 매년 1000원씩 오른 것이다.


과거엔 일반적으로 영화 관람료를 1만원 정도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현재의 1만 5000원은 마치 관람료가 50% 상승한 것 같은 주관적 인상을 준다. 1만 2000원과 1만 5000원은 3000원 차이이긴 하지만, 1만 2000원이 1만원에 가깝다는 주관적 느낌이 있어서 1만 5000원으로의 인상폭이 3000원을 초과하는 듯한 체감인 것이다. 뭔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대폭 오른 듯한 느낌이다.


이러니 강력한 정서적 저항과 부담이 나타났다. 많은 이들이 극장 예매를 생각했다가도 1만 5000원이 부담돼 관람 계획을 접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인상이 부당하다는 인식도 퍼져나가 극장업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부 시민단체가 이런 관람료 인상에 대해 대형 영화관 체인 3사를 담합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관람료 인상이 영화계 전체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인연대도 급격한 관람료 인상이 관객 수 감소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8월 25일 기준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비해 총관객수가 56% 수준이다. 일반인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영화 소비자 행태조사’에선 영화 소비자들이 영화 관람 빈도가 낮아진 이유 1위(28.1%)로 ‘품질 대비 티켓 가격이 올라서’를 꼽았다. 소비자들이 영화에 지불할 의향이 있는 금액 1위(38.9%)는 8000~1만원이었다.


한편, 이렇게 관람료가 폭등하는 사이에 놀라운 영상 플랫폼이 대중화됐다. 바로 매달 일정액만 내면 영화 등의 영상을 다량 볼 수 있는 OTT의 등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에 가지 못하는 사이에 OTT에 길들여지면서 관람료 1만 5000원이 더욱 부담스런 금액이 됐다. 이 때문에 관람료를 급등시킨 극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얼마 전에 최민식이 "지금 극장 값도 많이 오르지 않았나. 좀 내려라.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갑자기 그렇게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며 "지금 1만 5000원인데, 스트리밍 서비스로 앉아서 여러 개를 보지, 발품 팔아서 (영화관을 찾겠나)"라고 한 것이 큰 논란을 불렀다.


스타 배우들의 고액 출연료에 대한 비난으로 국면이 전환된 것이다. 사람들은 최민식에게 본인 출연료부터 줄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극장 관람료는 한국의 몇몇 스타 배우들의 출연료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일단 개봉되는 상당수 영화가 외국산이다. 국내 배우 출연료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국내 영화 중에서도 고액 출연료급 톱스타가 등장하는 대형 영화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영화 관람료하고 상관이 없는 내용이 영화 관람료 이슈로 포장돼 인터넷이 떠들썩했던 것이다. 우리 공론장의 비합리성과 함께 영화 관람료 이슈가 현재 얼마나 민감한 상태인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톡’ 건드리기만 해도 공론장이 뜨겁게 반응한다.


이 논란을 보면 관객들이 지금 화가 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살기 힘들어지는데 관람료가 오른 것도 화가 나고 일부 스타들이 고액 출연료를 받는 것에도 화가 난다. 그래서 극장도 비난하고 스타 배우도 비난한다.


문제는 극장도 꽤 힘들어 보인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된 지난해에도 멀티플렉스 3사 중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100억원이 훌쩍 넘는 영업 손실을 봤다. CJ CGV는 영업 흑자를 냈으나 순손실이 약 1500억원에 달한다. 이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될 전망도 안 보인다. 관람료를 내린다고 해서 관객이 폭발적으로 늘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관객이 줄어들자 한국 영화의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른바 4대 배급사(CJ, 롯데, 쇼박스, NEW)의 내년 작품들이 모두 합쳐 20여 편에 불과하다. 한국 영화 산업이 극장 매출에 많은 부분을 기댔었기 때문에 극장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렇다면 관람료를 어떻게 책정해야 관객이 돌아온단 말인가? 이게 뾰족한 답이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 사정이 힘들어졌고, 인플레이션으로 운영비도 대폭 상승했기 때문에 관람료 인상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관객의 거부감이 너무나 크다. 극장도 살고 관객 부담도 줄일 적정한 액수가 얼마란 말인가?


이건 앞으로 업계가 고민할 부분이다. 다만 확실한건 서로의 고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가격 올렸다고 무조건 극장을 비난한다거나, 감정적으로 배우를 비난해봐야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과연 오랫동안 국민오락이었던 ‘극장 나들이’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으로선 불투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가격이 올랐어도 다른 콘텐츠에 비해, 외출해서 향유하는 대형 화면 고음질 문화콘텐츠 중에선 그래도 싼 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민의 사랑을 어느 정도는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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