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근 감독 연출
우리는 극복할 수 없는 환경 속에 열등감에 필연적으로 상처를 받는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 높이 올라가려는 발걸음을 잡는 것 같지만 사실 자신을 괴롭히는 건 마음가짐이 아닐까.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조창근 감독의 '당신의 모든 것'이 한 소년의 불안과 갈등·성장·해방을 피아노 선율로 청춘일지를 써내려갔다.
자신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서준(강찬희 분)의 유일한 동아줄은 피아노와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준 피아니스트 은정(김규리 분)이다. 그는 국제 콩쿠르 대회에 우승해 군 면제도 받고 유럽으로 유학을 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서준은 매번 라이벌 민재에게 패배하고, 이번 대회에서는 심사위원의 제자들에게 밀려 3등에 머무르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든다.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의문과 무력감은 깊어진 서준은 민재의 대기실을 부수며 내면에 깔린 불안과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만다.
이 모습을 지수(한성민 분)가 목격했다. 지수는 대기실 사건을 핑계로 자신이 노래하고 있는 재즈팀의 공연에 서준을 초대한다. 마침 지수의 재즈팀은 서준의 친구가 몸 담고 있는 팀이다. 서준은 그 동안 지속적으로 함께 재즈 연주를 함께 하자고 제안 받고 있었던 터다. 국제 콩쿠르 대회 우승이 간절한 서준은 다른 것에 관심을 둘 만큼 여유롭지 않지만 지수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고, 결국 지수의 부탁으로 재즈의 피아노 연주를 맡게 된다.
서준이 클래식 피아노에서 벗어나 재즈를 만나게 되며 영화의 전환점이 시작된다. 지수와의 만남은 서준에게 새로운 음악적 세계를 열어주며, 그동안 자신이 알지 못했던 자유로운 즉흥 연주의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클래식은 논리적인 연주와 으로 감정의 기승전결을 오차 없이 연결시켜야 하지만 재즈는 지금 상황, 기분을 담아 마음 가는 대로 연주하고 즐기면 된다. 지수를 위해 행복한 마음을 담은 재즈 음악 작곡까지 했다. 제목은 연인이 지어준 '당신의 모든 것'이다.
하지만 재즈와 지수에게 마음이 움직일 수록 클래식 피아노에 집중하지 못하고, 결국 은정에게 재즈클럽에서 연주한 사실을 들켜 장학생 자격을 박탈 당한다.
음악 영화 답게 영화 안에 가득 찬 클래식과 재즈는 서준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내며 듣는 재미를 안긴다. 클래식 피아노가 그의 목표를 위해 단단한 틀 안에서 연주해야 했다면, 재즈는 그에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재즈는 서준에게 전통적인 규율과 구성을 넘어, 감정에 따라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이자 안식처가 된다.
주인공 서준 역의 SF9 강찬희는 서준이 겪는 열등감과 불안감, 그리고 자기 자신을 향한 의심을 복잡한 표정과 대사, 연주로 드러내며 공감을 이끌어간다. 특히 민재와의 경쟁에서 패배하고 좌절하는 순간부터 재즈의 자유로움을 경험하며 변화하는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서준이 마주하는 심리적 딜레마를 더욱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강찬희의 새로운 얼굴들이 연속해 발견된다.
영화 '당신의 모든 것'은 단순히 음악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불안과 열망, 그리고 그로 인한 방황을 정교하게 묘사한다. 서준이 피아노와 재즈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단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받아들일지 질문을 던진다. 결국 영화는 서준이 자신이 작곡한 노래에서 답을 찾는다. 이는 한정된 직업, 나이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모두가 삶에서 직면하는 선택과 자기 정의에 대한 이야기로 확대된다. 러닝타임 10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