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빅5 병원 응급실 대체로 원활하게 운영…인력 부족에 따른 진료 제한은 있어
산부인과 의사, 신생아 병실 부족으로 양수 터진 임신부 6시간 만에 치료 받아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8일까지 전국 병원 응급실은 우려했던 의료 대란 없이 비교적 차분하게 지나갔다. 다만, 임신부나 자상을 입은 몇몇 응급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지 못해 몇 시간씩 병원 '뺑뺑이'를 돌다가 간신히 치료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응급실 내원 환자가 경증 환자 중심으로 감소했다"며 현장 의료진 헌신과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 덕분에 연휴 기간 응급의료체계가 중증 환자 중심으로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0분 기준 서울 내 '빅5' 병원 응급실 병상은 대체로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가용병상이 적어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병원은 없었다. 하지만 인력 부족에 따른 '진료 제한'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세브란스병원은 성인·소아 외상 환자, 소아신경외과 환자, 안과 응급수술 환자 등은 수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사지 접합술도 주야간 모두 불가하다.
서초구 강남성모병원은 단순 열상, 소화기내과 간농양 관련환자 등,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은 정형외과 응급수술 및 입원, 성형외과 단순 봉합 진료 등이 제한됐다.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은 소아 기관지 내시경, 뇌출혈 수술,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의 경우 부분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응급실 의료 대란은 크게 없었지만 추석 전부터 발생하던 '응급실 뺑뺑이'는 연휴 기간에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1시 31분쯤 대전 동구 한 아파트에서 가족과 말다툼하던 60대 남성이 자해하는 바람에 복부에 30㎝ 크기·1㎝ 깊이의 자상을 입었다.
출동한 119 구급대가 지역 의료기관에 전화했지만, 이 남성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대전 외에 충남 논산이나 천안지역 의료기관 10곳에도 연락했지만 '진료가 힘들다'는 답변뿐이었다.
수소문 끝에 이 남성은 약 4시간 10분 만인 오후 5시 41분쯤 천안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큰 위기를 넘겼다. 현재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충남 논산에서는 이틀 전 갈비뼈가 부러져 숨을 쉬기 쉽지 않던 90대 여성이 병원 5곳에 치료 여부를 물어봤지만, 거절 당해 끝내 병원 치료를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양수가 터진 임신 25주 차의 한 여성은 병원을 못 찾아 구급차 등에서 6시간을 보내다가 가까스로 치료받기도 했다.
14일 오전 11시 25분쯤 충북소방본부로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19 구급대가 출동해 보니 25주 된 임신부가 하혈하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소방본부는 충북은 물론 서울과 인천, 경기,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의 대형병원 등 무려 75곳에 이송과 치료 여부를 타진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산부인과 의사가 없다', '신생아 병실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충북소방본부는 비상의료관리 상황반을 운영 중인 충북도에 도움을 요청했고 신고 6시간이 지난 오후 5시 32분쯤에서야 임신부는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치료가 늦었지만, 다행히 임신부와 태아 모두 건강한 상태다.
추석 연휴 둘째 날인 지난 15일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문틈에 손가락이 끼여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119 구급대는 대학병원 2곳, 종합병원 1곳, 정형외과 전문병원 1곳 등 광주권 의료기관 4곳에 문의했으나 이 환자를 곧바로 수술해줄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구급대는 전북지역 의료기관까지 수소문한 끝에 자동차로 약 1시간 8분, 94㎞ 거리인 전주의 정형외과로 이 남성을 이송했다.
사고 약 2시간 만인 오후 3시 37분께, 이 병원에 도착한 남성은 접합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날 광주지역 대학병원들과 종합병원 등엔 접합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다른 수술 중이거나 휴무인 탓에 이 남성을 받을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연휴 기간 전국 응급실 409곳 중 2곳(충북 충주 건국대충주병원·경기 용인 명주병원)을 뺀 총 407곳이 매일 24시간 운영한다. 추석 당일에 문을 연 병의원은 1785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