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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상장 효과 無?…코스피 입성 도전에도 커지는 우려


입력 2024.10.13 07:00 수정 2024.10.13 07:00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에코프로비엠·HLB 등 시총 상위주 ‘탈출’ 움직임

이후 주가 우하향세…기업·주주가치 제고에 의문

펀더멘털 주목해야…“실적 및 성장 가능성이 핵심”

ⓒ픽사베이

올 들어 코스닥 우량주들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짐을 싸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가운데 ‘코스피 입성’이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올해 코스피로 거처를 옮긴 기업들의 주가가 우하향세를 그리면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에코프로비엠·HLB·코스메가코리아 세 곳이 코스피로의 이전 상장을 예고 및 추진한 상태다. 에코프로비엠과 코스메카코리아는 각각 지난 3월과 8월 주주총회에서 이전상장 계획을 공식 결의했다.


HLB는 올 상반기 이전상장을 계획했으나 지난 5월 간암 신약인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불발되면서 이전시점이 연기됐다. 미국 FDA 승인을 받아 기업가치를 상향한 뒤 코스피로 이전한다는 계획으로 FDA 승인 일정에 따라 코스피 이전상장이 추진될 예정이다.


앞서 올해(1월 2일~10월 11일)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기업은 포스코DX(1월2일)·엘앤에프(1월29일)·파라다이스(6월24일) 총 3곳이다. 이때 포스코DX와 엘앤에프는 지난해 코스닥 톱10 자리를 굳건히 지켰음에도 올 1월 나란히 코스피에 입성했다.


현재 에코프로비엠과 HLB가 각각 코스닥 시가총액 2위, 4위인 점을 고려하면 두 기업의 이전상장이 이뤄질 경우 지난해 코스닥 시총 톱10을 차지했던 기업들 중 절반가량이 코스닥을 떠나게 되는 셈이다.


통상 이전상장은 기업 위상이 높아지고 투자자 유입,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 확보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주가 부양에 용이한 호재로 평가된다. 하지만 올해 코스피로 거처를 옮긴 종목들의 주가는 이전상장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가장 먼저 코스피에 들어선 포스코DX는 이전상장 이후 지난 11일까지 무려 58.19%(6만9600→2만9100원) 급락했다. 엘앤에프와 파라다이스도 각각 23.29%(14만5100→11만1300원), 23.24%(1만4240→1만930원) 떨어졌다.


범위를 넓혀 지난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동한 종목들의 주가 추이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SK오션플랜트가 34.59%(지난해 4월 19일·2만1800→1만4260원), 비에이치가 39.39%(지난해 6월 20일·2만7900→1만6910원) 내렸다. NICE평가정보의 경우, 주가가 상승했으나 이전상장 시점(지난해 8월 8일·1만560원) 대비 고작 10원 오른 수준이다.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기업·주주가치 향상과 주가 안정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우려 섞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코스닥을 벗어난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빠지고 있어 별다른 수급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초부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내세운 상황에서 이전 상장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등의 방법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도 이전상장이 기업·주주가치를 바꾸는 요인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전상장이 아닌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 실적과 성장 가능성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전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강조하지만 코스닥에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며 “미국의 테슬라·애플 등이 S&P500이 아닌 나스닥에 굳건히 남아있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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