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를 탐사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우주탐사선이 10년 간의 대장정(大長征)에 올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NASA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는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헤비 로켓에 실려 14일 낮 12시 6분쯤(현지시간) 우주를 향해 힘차게 솟아올랐다. 유로파 클리퍼는 앞서 10일 이륙 예정이었으나 플로리다주를 덮친 초대형 허리케인 밀턴의 여파로 발사가 연기됐다.
이륙 58분만에 행성 간 궤도에 진입한 유로파 클리퍼는 곧이어 팰컨헤비 로켓에서 분리됐다. 지구로부터 무선 신호를 잡았고 양쪽 태양광 날개를 펼치며 긴 항해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신호를 접수한 나사 관제실은 엔지니어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1995년 초기 유로파 프로젝트를 구상한 톰 맥코드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유로파 클리퍼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 나는 91살쯤 될 것"이라며 감회에 젖었다.
유로파 클리퍼는 NASA가 행성 탐사 임무를 위해 개발한 역대 우주선 중 가장 크다. 높이는 5m이고, 이동 에너지를 얻기 위한 태양광 패널 길이만 30.5m에 달한다. 앞으로 29억㎞를 이동해 2030년 4월 목성 궤도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성과 지구 간 거리는 평균 7억 7250만㎞ 정도지만, 목성으로 직진하는 대신 화성과 지구 주위를 돌며 각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는 까닭에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내년 초와 2026년 말 각각 화성과 지구 궤도를 도는 스윙바이(다른 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하는 우주 항해 방법)를 통해 속도를 붙인 뒤 2030년 목성 궤도에 도달한다. 이후 유로파 클리퍼는 유로파 주변을 돌며 2034년까지 유로파의 환경을 샅샅이 조사할 예정이다. 유로파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거리인 표면 위 25km 고도에서 49회 근접 비행하며 스캔해 위성의 전체상을 지도화하는 것이다.
유로파 클리퍼는 가시광선·열화상 카메라, 분광기 등 9가지 과학장비를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이날 발사 이후 X(옛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목성의 얼음 위성에서 생명체의 구성 요소를 찾기 위해 태양계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여정에 나섰다"며 "우주 탐사의 다음 장이 시작됐다"고 적었다.
달보다 작은 크기의 유로파는 표면이 얼음으로 뒤덮인 위성으로 태양계 내에서 생명체를 발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천체로 거론된다. 과학자들은 유로파를 둘러싼 15~25㎞ 두께의 얼음 표면 안에 60~150㎞ 깊이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생명체 발달을 위해 필요한 물이 지구보다 최대 2배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NASA는 유로파 탐사가 생명체의 증거가 아닌 아닌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의 증거를 찾는 탐사라며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보니 버라티 나사 유로파클리퍼 프로젝트 부과학자는 "유로파에 생명체가 있다면 바다 아래에 있어 우리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표면에서 생명의 전구체인 유기화학물질을 찾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로파가 생명체가 서식할 가능성이 큰 환경을 갖고 있다고 결론 날 경우, 그 이후에는 유로파 표면에 착륙하는 탐사선이 다시 발사될 가능성이 있다. NYT는 "유로파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임에도 생명체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는 생명체가 존재하는 데 (알려진 것보다) 매우 특별한 조건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발견이 될 수 있다"며 "결론적으로 유로파 클리퍼 임무는 인류가 우주에서 생명체를 발견하는 데 한발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