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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가을”…외식업계, 식자재 품귀현상‧관리문제 ‘골치’


입력 2024.10.31 07:12 수정 2024.10.31 07:12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유례없이 이어진 늦더위에 자영업자 타격

이상기후로 식중독 환자도 연이어 발생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상인이 전어를 판매하고 있다.ⓒ뉴시스

유례없이 이어진 늦더위에 따른 외식업계의 타격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가을철 대표 별미인 일부 식자재가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거래 가격 급등으로 상인과 소비자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데다, 오락가락 날씨로 인한 식중독 환자 역시 속출하고 있어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은 늦더위가 길어지고, 가을은 건너뛴 ‘이상 기후’를 보이고 있다. 역대 최강 기간 폭염으로 10월 중순까지 낮 시간엔 무더운 여름이 이어졌다. ‘가을 폭염’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지난달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6일로 평년보다 30배 증가했다.


문제는 역대급 폭염과 늦더위 여파가 외식업계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을까지 고수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폐사량이 증가해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꽃게와 전어, 갈치 등 제철 수산물의 경우 1년 전보다 두 배 넘게 급등했다.


특히 바닷물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적정 수온을 찾아 이동하는 전어·참조기 등 회유성 어종의 어획량이 급감했다. 가을 전어가 잡히는 보령 대천항의 경우 이달 수온이 27~28℃인데, 작년과 비교해 2~3℃ 높은 상황이다. 낮은 수온을 좋아하는 전어가 예년보다 덜 잡히는 이유다.


여기에 수온 상승으로 개체 수가 늘어난 해파리들이 그물을 찢으면서 조업이 더 어려워졌다는 게 산지 어민들의 전언이다. 가을 전어 물량이 줄자 대형마트 판매가도 크게 올랐다. 보통 마리당 800원대에 판매됐는데, 현재 1200~1300원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올해 가을 롯데마트에서는 전어회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전어회 판매를 포기한 것은 전산상 판매 여부가 확인되는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전어값 폭등에 따른 조치다. 다만, 일부 점포에서 구이용 전어(선어)는 판매한다.


추석 대표 명절 음식인 참조기도 고수온으로 어획량이 매년 줄어드는 상황이다. 수산관측센터에 따르면 4년 전인 2020년까지만 해도 4만1039톤이었던 참조기 생산량은 2021년 3만1563톤을 거쳐 지난해에는 1만5709톤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식업계는 재료 수급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주재료 가격이 인상되자 자영업자들은 소비자 판매 가격 상승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부 재료의 경우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어 하루빨리 수급이 정상화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화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50대)씨는 “예전에는 10월 말이면 바깥에 테이블을 펴고 장사하면 손님들이 춥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올해는 조개구이 불이 있으면 딱 좋을 정도로 날이 포근하다”며 “바다가 따듯하다 보니 지난해와 비교해 전어도 빠지고 메뉴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제철 식재료를 떠나 최근 기후인플레이션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는 게 외식업 전반적인 의견이다.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조금씩 막을 내리고 있지만, 식료품 가격은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8월 펴낸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상기후가 산업생산 성장 저하와 함께 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상기후는 농림어업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위생정책과 공무원이 인천의 한 중학교 급식소 조리실에서 위생 점검을 하고 있다.ⓒ뉴시스

더 큰 문제는 식중독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최근 식중독지수의 경우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고’ 단계를 유지 중이다. 일부 지자체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이 증가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노로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늘어나고 감염력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영하 20℃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식중독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급성 위장염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외식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미국 맥도날드에서는 쿼터파운더 햄버거를 먹고 식중독 증세를 보이는 이들이 대거 발생했다. 해당 햄버거에서 대장균 변종인 장출혈성 대장균 ‘O157:H7’이 검출됐고, 양파에서 해당 대장균이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13개 주에서 총 75명의 피해 환자가 발생했으며, 1명이 숨지고 입원한 22명 중 2명은 급성 신부전을 일으켜 신장 투석까지 받아야 할 수 있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 증세까지 보였다. 증세를 보인 연령대는 13세부터 88세로, 사망한 사람은 노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엘링거 맥도날드 사장은 “질병통제예방센터, 농무부, 식품의약국 등 규제 당국과의 긴밀한 협의 끝에 일부 주의 레스토랑에서 쿼터파운더에 사용되는 슬라이스 양파를 선제적으로 제거했다”며 “문제가 된 식품회사 테일러 팜스에서 공급한 양파의 납품을 무기한 중단했다”고 했다.


이에 외식업계도 이상기후로 인한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 번의 실수가 업계 전반의 신뢰 하락으로 연결될 수도 있어 식자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노로바이러스 등 감염증 대비해서는 평소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어 이를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매장 지침을 준수해 소독을 진행하고 있으며, 평소 2회 소독에서 3-4회 소독으로 늘려 진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공용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등의 위생관리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외에도 직원들 가운데 바이러스 의심 증상이 있거나 하면 즉각 업무 중단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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