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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gang River'냐 'Han River'냐…한강 영문표기 놓고 갑론을박


입력 2024.12.03 02:36 수정 2024.12.03 02:36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영자신문 "한국어로 '강'이 River 뜻한다는 것 알게하는 것이 더 중요"

누리꾼들 "서울시도 '서울시 City'로 표현할거냐…오히려 어색해"

통번역업계 "기능적으로 빨리 이해할 수 있다면 고유 지명 쓰는 것도 좋아"

국가하천 한강 표지판ⓒ연합뉴스

서울시는 지난달 19일 한강의 영문표기와 관련해 'Hangang River'로 통일하겠다며 시의 공식 문서는 물론 각 언론매체에서도 해당 표기를 따라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불필요한 의미 중복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한강의 '강'이라는 어휘는 낙동강이나 섬진강 등 다른 강의 명칭에도 붙어 그 자체로 강이라는 속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정확한 번역을 중시한다면 'Han River'로 표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2일 언론계에 따르면 최근 영자신문 '코리아 중앙 데일리'는 서울시의 '당부'를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매체의 짐 불리 에디터는 칼럼에서 "'Hangang River'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한강강'"이라며 "한강을 영어로 표현할 때 'Hangang River'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강을 'Hangang River'로 표현하겠다는 것은 한국어에 대한 모욕으로 볼 수있다"며 "이는 한국어의 '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국이 외국인에게 어필하기 위해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없다"며 "'HanRiver'나 'Hangang'을 사용해서 관광객들이 한국어로 '강(gang)'이 'River'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하면 된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인근에서 열린 한강수난사고 민관합동 현장대응훈련에서 119수난구조대 등 참여 기관들이 한강버스 화재 발생 상황 가정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시가 표기 근거로 제시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20년 제정한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으로, 자연 지명은 국문 명칭 전체를 음역해 로마자로 표기하고 이후 그 속성을 영어로 제시하라는 게 내용이다.


이는 국가 차원의 기준이다. 가령, 한라산은 'Hallasan Mountain', 설악산은 'Seoraksan Mountain'으로 표기해야 한다. 이런 표기는 'gang'이 강(river)을, 'san'이 산(mountain)을 뜻한다는 것을 모르는 외국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우리 고유 지명을 홍보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 수요가 워낙 커지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언니', '오빠'와 같은 단어가 그대로 등재되지 않았나"라며 "우리 고유 지명을 알리고 외국인의 편의도 동시에 고려한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독도는 예외적으로 'Dokdo'라고 하는 데, 지침이 생기기 전 영유권 분쟁에 대비해 명칭을 통일하기로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주요 영문 언론은 대부분 한강을 'Han River', 한라산을 'Mount Halla'로 적고 있다. 어법상 어색하고 단어가 불필요하게 길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강의 경우 '한강의 기적'이 'Miracle on the Han (river)'로 고유명사화돼 있는 등 'Han River'가 이미 널리 알려져 'Hangang River'가 더 어색하게 들린다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이런 지적에 동의하는 여론이 있다. 누리꾼들은 "서울시는 이번 표기가 외국인 관광객의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그 논리대로면 당장 서울시부터 '서울시 City', 서울역은 '서울역Station'으로 표기를 통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통역사들은 정부 표기 지침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직 관광통역안내사인 이모(60)씨는 "주변 한국인은 모두 '한강'이라고 말하지 않나. 'Han River'라고 하면 외국인으로선 한강이 아닌 다른 곳인 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관계자도 "결국 중요한 것은 뜻이 통하는 것"이라며 "남산, 설악산도 명칭과 속성을 모두 말하면 빨리 이해하는데 굳이 잘못됐다고 볼 건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학계에서는 다양한 견해가 나온다. 수도권 한 대학의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언어학적으로 올바른 표기는 'Han River'겠지만, 기능적으로 친절한 표기는 'Hangang River'"라고 말했다.


다른 통번역학 교수는 표현에 너무 매몰되기보다 일관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정부 지침의 일관성"이라며 "'올바른 표기'가 수시로 바뀌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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