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등 하찮은 콘텐츠 범람에 정신적·지적 상태 퇴보"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뽑았다.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의 ‘릴스’나 유튜브의 ‘쇼츠’처럼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자주 보는 경향을 비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옥스퍼드사전을 발간하는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1일(현지시간)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을 발표했다. 이 단어는 사소하거나 하찮은 자료를 과잉 소비한 결과 인간의 정신적·지적 상태가 퇴보하는 현상을 뜻한다.
'뇌 썩음'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54년 발간된 미국의 생태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명작 '월든'에서다. 당시 작가는 복잡한 사고를 평가절하하는 사회적 경향을 두고 "정신적, 지적 노력이 전반적으로 쇠퇴하는 과정"이라고 비판하며 이 단어를 사용했다.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이 단어는 SNS 등 인터넷에 넘쳐나는 사소한 정보들이 정신적·지적 상태를 퇴보시키는 현세태를 반영한다”며 “저급한 온라인 콘텐츠, 특히 SNS 과잉 소비로 초래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이 단어 사용 빈도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230%나 급증했다. 옥스퍼드사전을 펴내는 옥스퍼드랭귀지의 캐스퍼 그라스월 회장은 “‘뇌 썩음’은 가상세계와 관련된 위험성, 우리가 여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문화적 논의를 담고 있는 시의적절한 단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콘텐츠의 사용과 창작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Z세대(15∼29세)와 알파세대(14세 이하)가 이 단어를 널리 사용한다는 점도 흥미롭다”고 강조했다. 앤드류 프르지빌스키 옥스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도 이 단어가 유행하는 데 대해 “현재 우리가 처한 시대적 증상을 잘 나타낸다”라고 덧붙였다.
올해의 단어 후보로는 ‘드뮤어’(demure·얌전한),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실시간 가격 조정), ‘로맨타시’(romantasy·로맨스와 판타지를 결합한 문학 장르) 등 모두 6개 단어가 선정됐다.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해마다 사회상을 반영하는 대표 단어를 뽑는다. 지난해에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을 뜻하는 ‘리즈’(Rizz)가 선정됐다. 2022년에는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며 뻔뻔하고 제멋대로 구는 태도를 가리키는 ‘고블린 모드’(Goblin mode)가, 2021년에는 백신의 축약어인 ‘백스’(Vax)가 그해를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
한편 다른 사전들도 각기 다른 올해의 단어를 발표했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원하는 것을 상상해 실현시키는 행위를 뜻하는 ‘매니페스트’(manifest)를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