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측 "문체부가 이기흥 출마하지 말 것 종용했으나 거부하자 졸속으로 내린 처분"
"직무정지 사유 의혹에 불과하고 정식 수사조차 안 해…의혹만으로 직무 정지는 부당"
정부 측 "이기흥, 비위 혐의 확정된 게 아니라지만, 국가기관 조사로 혐의 소명된 상태"
"사실관계 확인 시점까지 적어도 권한 행사 정지시키는 게 옳다는 관점서 처분 이뤄져"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에게 제기된 각종 논란 속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린 직무정지 조처의 정당성을 놓고 법원이 심사에 나섰다. 이 회장 측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고, 정부 측은 "비위사실이 소명됐고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맞섰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이날 직무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의 첫 심문기일을 열고 양측 소송대리인의 입장을 들었다. 이 회장은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이 회장 측 대리인은 직무정지에 대해 "문체부가 이 회장에게 내년 1월14일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말 것을 종용했으나 거부하자 재당선을 막기 위해 졸속으로 내린 처분"이라며 "급하게 하다보니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사전 통지를 누락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무정지 사유는 모두 의혹에 불과하고 정식 수사조차 개시되지 않아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며 "의혹만으로 직무를 정지하는 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문체부 측 대리인은 "현지 점검을 해봤더니 이 회장의 비위 행위가 여러가지 드러났다"며 "윤리경영을 위반했다고 판단해서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라 처분했을 뿐, 정치적 의도에서 처분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신청인(이 회장)은 비위 혐의가 확정된 게 아니라고 하지만 국가기관이 상세한 비위 사실을 조사해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 상태"라며 "판결까지, 또는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시점까지 적어도 권한 행사는 정지시키는 게 옳다는 관점에서 처분이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달 11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점검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회장에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점검단은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사유로 이 회장 등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에 이튿날인 12일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정지 취소 소송을 내고, 본안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직무정지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냈다.
이 회장은 직무 정지 중 출근해 업무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규정 위반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이 회장은 3번째 임기 도전을 신청한 상태로, 지난달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그러나 체육회 내 스포츠공정위 자체가 이 회장이 임명한 측근들로 채워져 '셀프 승인' 논란에 휘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