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년, 미국·유럽 등 판매량↑
브랜드력 강화… 모터스포츠로 '고성능' 입증 나서
주황색 마그마 정체, 모터스포츠였다
토요타 협력한 'N페스티벌' 이어 2026년 '르망' 접수할까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불과 출범 10년에 또 다른 전환점을 맞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직접 챙기고 나선 모터스포츠에 현대차에 이어 제네시스를 투입하기로 하면서다. 10년 사이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등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충분히 인식시켰고, 이제 내구성과 기술력을 입증해야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는 4일(현지시간) UAE 두바이에 위치한 아르마니 호텔에서 '제네시스 모터스포츠 프리미어 행사'를 개최하고, 모터스포츠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현대차그룹 내 모터스포츠에 참여하는 브랜드로는 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로, 팀명은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다.
제네시스는 2026년 열리는 WEC(월드 인듀어런스 챔피언십), 2027년 WTSCC(워더텍 스포츠카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WEC와 WTSCC는 전세계 주요 내구레이스로 꼽히며, 제네시스는 각각 출전할 차량 2대를 개발할 예정이다.
내구레이스는 긴 시간동안 쉬지않고 달리는 경주로, 빠르면서도 오랜 시간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실제 WEC의 핵심 경기 중 하나인 '르망 24시'의 경우 주행 시간이 24시간에 달한다.
이를 위해 제네시스는 제네시스는 최고 등급 하이퍼카 클래스인 '르망 데이토나 하이브리드(LMDh)' 기반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출전할 예정이다. 르망 데이토나 하이브리드는 FIA와 IMSA가 공동으로 만든 레이스카 제작 규정으로, 해당 차량은 WEC 및 WTSCC에 모두 참여 가능하다. 포르쉐, 람보르기니, BMW, 알핀, 캐딜락, 아큐라 등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을 대표할 차량은 이미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에 공개됐던 제네시스의 고성능 라인업 '마그마'다. 현대차의 고성능 라인업 'N' 브랜드처럼, GT 모델이 아닌 고성능 브랜드를 규정하면서 모터스포츠 진출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제네시스가 최초 공개한 모터스포츠 전용'GMR-001 하이퍼카' 역시 마그마를 빼닮았다. 앞으로의 모터스포츠 모델들 역시 이 하이퍼카를 기준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사장은 현지 행사에서 "제네시스의 고성능을 향한 열망과 디자인 DNA를 GMR-001 하이퍼카 디자인에 고스란히 녹여내고자 했다"며 마그마 오렌지 컬러부터 부품 하나하나에 대한 섬세한 엔지니어링까지 한국인의 열정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긴 GMR-001 하이퍼카가 레이싱과 만나 브랜드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의선의 두번째 욕심… '모터스포츠' 직접 챙긴다
국내외 시장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한 제네시스를 모터스포츠에 투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모터스포츠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갈망이 깃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 해외 레거시 업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모터스포츠에서 현대차가 연달아 우승 트로피를 가져온 만큼, 제네시스 역시 이를 통한 경쟁력을 입증해 내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정 회장의 모터스포츠 의지는 매우 적극적이다. 부회장 시절부터 모터스포츠에 진출하기 위해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을 담당한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직접 영입했고, 그와 함께 현대차 'N'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키워냈다. 단종 절차를 밟았지만, 고성능을 앞세운 양산 모델 제네시스 G70, 기아 스팅어 등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신차출시를 위한 모터쇼에도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정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는 곳도 바로 모터스포츠에서다. 지난 9월 용인 스피드웨이에서는 그간 현대차가 지속해오던 'N 페스티벌'을 토요타 공동 개최하면서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엔 현대차가 WRC에서 우승 트로피를 연달아 들어올리면서 정 회장의 노력도 결실을 맺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세계적인 랠리 경주로 꼽히는 WRC에서 2019년 처음으로 제조사 우승을 차지한 이후 2020년에도 제조사부문에서 우승했다. 올해는 WRC 재진출 10년 만에 드라이버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공들여 키운 제네시스의 도약을 위해 모터스포츠를 선택한 바탕에도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아반떼 N'을 통해 모터스포츠에서의 가능성을 열고, 최근엔 '아이오닉 5N'으로 전기차 영역에서도 고성능 기술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과거 현대차에 따라붙던 내구성 우려를 잠재우는 과정에서 모터스포츠 우승 이력도 큰 기여를 했다.
이미 현대차로 확신을 얻은 만큼, 정 회장은 제네시스를 성능면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내겠다는 계산이다. 그동안은 럭셔리 브랜드로서 디자인 등의 '이미지'가 주를 이뤘고, 성능면에서는 인정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제네시스가 모터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이후의 성능 경쟁력은 단숨에 확보할 수 있을 예정이다.
시릴 아비테불 현대모터스포츠법인 법인장 겸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총감독은 "제네시스의 모터스포츠 참여는 역사적인 순간이자 흥미로운 도전"이라며 "현대모터스포츠의 다년간의 우승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