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만에 장중 최고점 찍어
오전 중에는 1438원 넘기도
"1400원대 고착화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시장에선 한동안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상단을 15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7.8원 오른 1437.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0월 24일 1439.7원을 기록한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1426.0원으로 오르며 출발해 상승 폭을 확대했다. 이후 9시 6분께 1430.0원을 터치하고 오전 11시 13분 기준 1435.5원으로 오르더니 11시 41분께는 1438.3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장중 고점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약 2년여 만에 최고치다. 이후 환율은 1430원대 중후반대에서 움직이며 등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여당 불참 속에 의결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되면서 불확실성 국면에 상승 압력을 지속하고 있다.
환율 상승폭이 커지면서 이날 금융당국은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정치 상황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기존에 마련된 비상대응 계획에 따라 즉각적 시장안정 조치를 실행하고, 외화자금 동향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를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내 정치 상황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니 금융안정과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달라”면서 “환율 상승과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른 자본 비율 영향도 세밀히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1440원선을 위협하며 치솟았지만 금융당국의 방어로 1435원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정치 리스크로 인한 환율 상승 압력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도 1450원대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15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이어진다면 1440~1450원까지 열어 놔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 속에서 원·달러 환율은 1500원선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탄핵 정국 장기화로 인한 국내 정치 불안이 지속될 경우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선포 당시 한때 1450원선까지 오른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한 건 1997년 외환위기(1962.5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1570.7원) 때 뿐이다.
노무라증권은 한국 계엄선포 후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2분기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들 보고서의 원·달러 환율 상단은 1450~1500원선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초 한국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가치 급락했다”며 “주요국과 금리, 통화가치 변화를 함께 고려해도 짧게 보면 원화 고유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빠른 시일 내에 정치적 리스크를 해소되더라도 향후 1400원대 환율이 당분간 고착화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거론으로 인해 당분간 국내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