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미가 장장 40년간 진솔하게 작성한 일기장이 책으로 나온다.
12일 김수미가 30대부터 말년까지 써내려 온 일기가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김수미의 아들 정명호 나팔꽃F&B 이사와 배우 서효림 부부는 앞서 김수미가 삶을 정리하면서 손으로 써둔 원고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책 제목은 '안녕히 계세요'라고 알려졌다. 책 인세는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일기에서 김수미는 "이 책이 출간된 후 제 가족에게 들이닥칠 파장이 두렵다"면서도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제가 지금 이 나이에, 이 위치에 있기까지 제 삶의 철학을 알려주고 싶어서"라고 출간 결심 배경을 밝혔다.
김수미는 "하루하루가 고문"이라며 "기사가 터져서 어떤 파장이 올지 밥맛도, 잠도 수면제 없이 못 잔다"고 털어놓았다. 또 "지난 한 달 간 불안, 공포 맘고생은 악몽 그 자체였다"며 "회사 소송 건으로 기사 터질까 봐 애태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출간 전 입수한 책 내용에 따르면 고인은 나팔꽃 F&B와의 송사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산물 유통회사 A씨 회사는 2021년 12월 나팔꽃F&B에 2차례 꽃게를 납품하고도 총 1억7700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이듬해 12월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A씨 회사는 꽃게 납품 계약을 나팔꽃F&B가 아니라 수산물 도소매업체인 B사와 체결하긴 했지만, B사의 요청으로 꽃게를 나팔꽃F&B 측에 납품했기 때문에 꽃게 대금도 나팔꽃F&B 측이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올해 5월 법원은 나팔꽃F&B를 상대로 낸 물품 대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에는 나팔꽃 F&B가 회사 대표이던 정 씨를 해임한 뒤 김수미와 함께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사건과 관련해 김수미는 "주님, 저는 죄 안 지었습니다" "오늘 기사가 터졌다. (중략) 횡령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수미의 딸 정모 씨는 "(고인은) 기사 한 줄 나는 게 무섭고 수치스럽다고 생각했으며, 겉보기와는 달리 기사, 댓글에 엄청나게 속상해하고 견디기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수미는 공황장애도 앓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김수미는 "올해 1월부터 정말 밥이 모래알 같고 공황장애의 숨 막힘의 고통은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공황장애, 숨이 턱턱 막힌다. 불안, 공포, 정말 생애 최고의 힘든 시기였다"고 적었다.
1971년 MBC 공채 3기 탤런트로 데뷔한 김수미는 최근까지 50년 넘게 쉼 없이 활동해 온 배우다.
일기장에는 "목숨을 걸고 녹화하고, 연습하고, 놀고, 참으면 어떤 대가가 있겠지"(1986년 4월) "어제 녹화도 잘했다. 연기로, 70년 만에 다시 데뷔하는 마음으로 전력 질주해서 본때를 보여주자"(2004년 1월) "너무나 연기에 목이 말라 있다"(2017년 2월) 라는 글도 남겨져있다.
김수미의 49재는 이날 오후 2시 경기 용인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