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부국제 문 넘은지 3년 만에 개막작으로
2024년 영화계는 다양한 이슈들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의 변화였다. 관객이 예년보다 늘어나면서 아시아 최대규모 영화제의 위상을 과시했으나, 대중성을 택하고 정체성을 내줬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부국제 사무국에 따르면 이번 영화제에서는 63개국 224편이 상영돼, 총 14만 5238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개막 이후 7개 극장 28개 관에서 상영을 진행했으며, 좌석 점유율은 약 84%였다. 오픈토크 12회, 야외 무대인사 13회, 스페셜 토크 4회, 액터스 하우스 4회, 마스터클래스 3회에 더해 게스트와의 만남 행사는 303회 열리며 영화와 관객을 잇는 장을 마련했다.
박도신 부국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예산 감축 등 어려움이 있었으나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도 역대 가장 높은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내실이 부족한 반쪽짜리 영화제였다라는 잡음이 일었다.
부국제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좋은 작품이 아닌, 넷플릭스 영화가 부국제의 개막작으로 최초로 선정됐다는 사실 자체였다. 온스크린 섹션이 신설된 2021년부터 OTT 작품이 개막작까지 진출한 시간은 3년 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이에 개막작을 넷플릭스 영화 '전,란'으로 선정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개막작은 영화제의 정체성과 근간을 상징하는 얼굴을 해왔다. 이에 대중적 인지도는 부족하더라도 예술성을 고려한 실험적인 영화가 주로 선정해 왔다. 영화제의 얼굴에 넷플릭스 '전,란'이 걸린 것을 두고 개막작 기자회견에서도 여러 차례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재미있기 때문에"라는 말을 반복할 뿐, 꼭 '전,란'이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지 못했다.
이어 부국제의 화제성을 선점한 작품 대부분 역시 OTT 오리지널 시리즈와 행사였다. 영화의 전당 메인 광고 자리는 '전,란'의 차지였으며 일대가 넷플릭스 '전,란'을 비롯해 '지옥' 시즌2,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 등 주요 OTT 포스터들이 붙었다. 공식 일정이 끝난 후 업계 관계자들과 국내외 취재진 간 네트워킹이 이뤄지는 행사의 주인공 역시 넷플릭스였다. 넷플릭스는 내년 신작 7편을 공개하며 한국 영화의 비전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연상호, 변성현, 김병우, 이태성, 한지원, 김태준, 남궁선 감독이 참석했다.
부국제의 과제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남아있다. 올해 정부의 정책이 바뀌면서 영화제 지원금 정책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부국제 역시 지난해 12억 원에서 6억 원으로 감소했다. 또한 운영의 공백도 아직까지 메우지 못했다. 지난해 허문영 집행위원장과 이용관 당시 이사장이 인사 내홍 문제에 휩싸이며 사의를 표했다.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조종국 당시 운영위원장 역시 해촉되며 영화제는 사상 초유의 지도부 공백 상태로 진행됐다. 올해 역시 집행위원장은 공석으로 두고 박광수 이사장, 박도신·강승아 부집행위원장 체제로 개최했다.
어느 때보다 넷플릭스의 존재감이 컸던 부국제가 내년 30회를 맞이하면서 다시 내실을 다져 균형 있는 영화제로 정비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려있다